하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웹 조사를 중심으로 선거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2021년 여심위가 연구용역을 맡겨 발표된 한국조사연구학회의 ‘웹기반 선거여론조사의 쟁점과 신뢰성 제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그해 중간선거 등을 앞두고 진행된 815건의 선거 여론조사에서 68%가 ‘온라인 100%’ 방식으로 이뤄졌다. ARS와 비슷한 대화식 음성 응답(IVR)과 온라인을 혼합한 경우는 21%였다. 전화 조사는 10%에 불과했다.
3년 전 보고서인 만큼 현재는 웹 조사 비율이 더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재 이뤄지는 여론조사도 대부분 웹 조사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2019~2021년 진행된 424건의 선거 여론조사 중 인터넷 조사가 97%였다. 전화 조사는 2%에 그쳤다. 보고서 저자인 조성겸 충남대 교수와 오승호 한국리서치 수석은 “미국과 영국은 전화소비자보호법(TCPA)이 엄격해 통화자 동의를 얻지 않고 휴대폰에 기계가 전화를 거는 방식 등이 금지돼 있다”며 “이런 규제 때문에 웹 조사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들은 온라인 조사를 위한 패널을 발전된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유거브는 온라인 조사 활동에 참여하기로 동의를 받은(옵트인 방식) 200만 명의 패널을 운영 중이다. 입소스는 미국 인구 대부분을 포괄하는 우편 서비스를 기반으로 6만 명의 온라인 패널을 보유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도 미 전역 유선전화 및 휴대폰 등으로 수집한 1만 명의 패널을 갖췄다.
그러나 전화 조사는 한계가 뚜렷하다. 응답률이 ARS는 5% 안팎, 전화면접은 1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응답자가 받을 때까지 하루에 8~9번씩 반복적으로 전화를 돌려 일상에 지장을 주는 사례도 흔하다. 강성 지지층만 과대 표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한경·피앰아이의 모바일웹 조사는 응답률이 50% 안팎이었다. 웹 조사는 당장 조사에 응하지 않아도 자신이 편한 시간에 설문지에 답할 수 있다. 조사원 없이 스스로 기입하기 때문에 조사원에 의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A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선진국은 ‘데이터 주권’이라는 철학 아래 응답자 본인이 편한 시간에 클릭해 응답하고 리워드를 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며 “정부 기관이 제공한 안심번호를 통해 전화로만 조사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 여론조사업체의 기득권과 여심위의 관치적 편의주의가 결합한 산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B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여론조사업체 출신이 여심위 실무진으로 일하거나 업체에 자문을 제공하는 교수가 여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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