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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업체인 노바텍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인해 북극 천연가스 프로젝트의 생산을 중단한다. LNG를 생산해도 이를 실어 나를 운반선이 없어서다. 대신 나머지 설비에 대한 건설은 지속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두 명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노바텍이 시베리아 연안의 기단반도에서 추진하던 아틱 LNG-2 가스전 개발을 중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틱 LNG-2는 노바텍이 2017년 가동을 시작한 야말반도 가스전에 이어 개발해오던 북극 천연가스 프로젝트다.
노바텍은 이곳의 3개 트레인(천연가스 액화 플랜트)을 통해 연간 1980만t의 LNG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올해 초 첫 번째 트레인이 LNG 생산에 성공했다. 노바텍이 늦어도 이달 안으로 첫 LNG 물량을 선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날 돌연 사업 중단 소식이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시운전을 하고 있던 첫 번째 트레인이 6월까지는 폐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노바텍은 1분기에 아틱 LNG-2 프로젝트에서 상업적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LNG 관련 기술과 장비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 품목에 포함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잇단 이탈로 사업 좌초 위기에 몰린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그간 유럽향 송유관(노르트스트림)을 통해 대부분의 천연가스를 기체 상태로 수출해왔다. 하지만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이 금수 조치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자 러시아는 가스를 액화한 LNG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
현재 연간 3260만t의 LNG를 수출하는 세계 4위 LNG 생산국인 러시아는 2035년까지 연간 최대 1억4000만t의 LNG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LNG 시장의 5분의 1을 점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완공 시 연간 1980만t의 LNG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 아틱 LNG-2는 정부의 'LNG 확장 야심'을 충족시킬 핵심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미국과 EU가 LNG마저 제재 대상에 올린 뒤로 프로젝트 개발의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관계자는 "영하 163도까지 냉각되는 LNG를 운송하고 두꺼운 해빙을 뚫을 수 있는 전문 쇄빙 운반선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난관"이라고 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주 "노바텍의 주요 문제는 선박에 있다"고 인정했다. 한국 조선기업들이 미국 등의 제재 이후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게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아틱 LNG-2에 투입키로 계약한 쇄빙 LNG 운반선 15척 중 10척의 건조를 중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도 러시아 유조선 기업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에서 발주한 3척의 선박 건조 계약을 취소했다. 현재까지 아틱 LNG-2에 적합한 운반선은 알렉세이 코시긴, 표트르 스톨리핀, 세르게이 위트 선박 등 단 3척만 건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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