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팔렸어요"…화랑미술제, 예상 밖 인파에 '깜짝'

입력 2024-04-04 09:47   수정 2024-04-04 11:25



“불경기라 걱정이 컸는데, 생각보다 인파가 몰려 꽤 놀랐어요. 아직 더 두고봐야겠지만, 개막하자마자 팔린 작품도 있고 흐름이 나쁘지 않아요.”

한국 화랑가 대표 축제인 ‘2024 화랑미술제’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닷새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글로벌 미술시장 전반에 드리운 불황 여파로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 홍콩이 기대 이하란 평가를 받고 막을 내리면서 국내 아트페어도 쓴 맛을 볼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예상외로 컬렉터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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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VIP 입장을 시작하는 오후 3시가 되자 화랑미술제 부스가 설치된 코엑스 C·D홀 입구에 긴 관람객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발 디딜 틈 없었던 지난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수준은 아니지만, 젊은 층이 대거 몰리며 시종일관 활기찬 분위기를 보였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의외로 많은 분이 오셨다”면서 “좋은 현상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화랑미술제가 국내에서 열리는 첫 번째 대형 아트페어로, 올 한해 미술시장 농사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화랑들은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눈에 띄는 대형 작품은 없었지만, 젊은 컬렉터들의 입맛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품작을 꾸린 전략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대표는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주요 아트페어가 줄줄이 열리는 만큼 화랑미술제 성패가 미술계에선 관건”이라며 “첫날이긴 해도 적잖은 관람객이 몰린 터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마수걸이에 성공한 화랑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학고재 갤러리는 개막 30분 만에 김은정 작가의 ‘구름 산 파도’ 등 회화 3점을 판매했다. 우정우 학고재 실장은 “개막하자마자 관람객들의 문의가 적지 않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에도 기대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새롭게 공개한 하종현의 판화를 비롯, 김윤신 작가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기억의 조각들’ 등 15점 이상을 팔았다.

눈요깃거리도 적지 않았다. 장 미셸 오토니엘, 칸디다 회퍼 등 해외 대가들의 작품이 국제갤러리에 걸렸고, 이강소, 이건용, 유근택 등 국내 거장들의 작품은 갤러리현대 부스에서 소개됐다. 가나아트는 1970년생 일본 작가 히로시 스기토 그림을 출품해 현장을 찾은 해외 매체들의 관심을 샀다. PKM갤러리와 더페이지 갤러리는 각각 신민주, 박석원의 작품으로만 부스를 꾸려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화랑미술제를 찾은 관람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30대 컬렉터 박모씨는 “작년엔 답답한 감이 있었는데 올해는 쾌적한 분위기라 좋다”고 했다. 참가 화랑 수가 지난해와 같은 156개지만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화익 갤러리 관계자는 “작년보다 공간 제약이 적어 작품 배열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화랑협회가 올해 6인 이내로 출품 작가를 제한하고 신진 작가들의 아트페어 출품 장벽을 낮추기 위해 신작과 젊은 작가 위주로 출품작을 꾸리도록 한 것에 대해선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화랑 관계자는 “불경기를 고려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면서도 “출품 작가 수를 조정하는 건 고민해볼 문제”라고 했다.

화랑미술제는 오는 7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컬렉팅, 미술세법, 미술시장 트렌드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 토크 세션과 신진작가 6인과 비평가의 대담 등 관람객에게 전문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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