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도입된 육아기 단축근무는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회사에 근로시간을 ‘주당 15~35시간’으로 줄여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 없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문제는 이 제도를 사용하면 단축된 근로시간만큼 이듬해 연차휴가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육아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겠다는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 자녀를 돌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소득이 감소하는 육아휴직과 달리 임금이 상당 부분 보전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부가 단축된 근로시간에 대해 재정을 투입해 임금을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급 연차휴가 문제를 놓고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노무업계 설명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겐 이듬해 최소 15일의 유급 연차휴가를 주게 돼 있다. 하지만 육아기 단축근무 사용자의 연차휴가는 단축된 근로시간에 비례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입사 2년 차 근로자가 1일 소정근로시간 8시간 중 4시간씩 1년 동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했다면 이듬해 연차유급휴가는 7.5일로 반토막 난다. 이듬해 연차휴가를 쓰지 못해 받는 연차휴가보상수당도 줄어든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제처도 개선을 권고한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등을 감안해 제도 활용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육아기 단축근무로 인한 연차휴가 불이익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은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육아기 단축근무는 경력단절과 소득 감소 부담을 한꺼번에 덜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라며 “육아휴직과 마찬가지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