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2위 국가 멕시코의 경제성장률도 3%대를 달성했다. 두 국가의 경제가 반등하면서 중남미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멕시코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3.6%였고,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두 국가가 동시에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한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두 국가가 동반 성장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멕시코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경제가 반등하자 인접국도 수혜를 봤다는 평가다.
중남미 지역의 실업률 역시 낮아지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중남미 지역 실업률이 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연간 실업률도 6.5%로 추정된다. 2020년 10.2%대에서 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ILO는 “거시경제가 복잡한 상황에 놓였지만, 중남미 권역에선 광범위한 회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경제 성장세가 가팔라진 배경엔 미국의 니어쇼어링 정책이 있다. 특히 2022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한 뒤 최대 수혜국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국제기구는 멕시코 경제가 지난해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라틴아메리카카리브경제위원회(CEPAL) 등은 멕시코의 2023년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미·중 갈등으로 국제 무역이 둔화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미국이 IRA를 발효한 뒤 생산기지를 멕시코로 옮기는 미국 기업이 급증했다.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발효된 뒤 미국과 멕시코 경제는 사실상 단일 경제권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혜택과 저렴한 인건비를 노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연달아 멕시코에 터를 잡았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해외 상품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15.4%)을 차지한 곳도 멕시코였다. 니어쇼어링 수혜를 멕시코가 독점한 셈이다.
최근에는 대만 등 우방국도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수탁업체 폭스콘은 인공지능(AI)용 서버 부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멕시코에 2700만달러를 투자했다. 폭스콘을 비롯해 페가트론, 위스트론, 콴타, 컴팔, 인벤텍 등 대만 기업은 미 텍사스주와 인접한 시우다드후아레스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수출 3396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브라질의 지난해 무역수지는 98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37.8% 증가한 수치다. 브라질 수출이 급증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른 데다 탄소중립 정책이 확대되며 리튬, 니오븀, 구리 등의 수요가 커졌다. 브라질은 강철 합금과 고강도 내열 합금의 원재료인 니오븀 시장 점유율이 80.4%에 이른다. 철광석과 희토류 매장량은 각각 세계 2위고, 망간 매장량은 세계 3위다.
브라질을 비롯해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도 자원 부국으로 불린다. 특히 칠레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3개국의 리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총 56%를 차지했다. 2차전지의 주요 원료인 리튬은 ‘하얀 석유’로 불린다.
원자재를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 기금(PIF)은 지난해 30억달러를 들여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의 지분을 매입했고, 중국은 볼리비아와 리튬 광산을 발굴하기 위해 14억달러를 투자했다. 유럽연합(EU)도 중남미 친환경 프로젝트에 450억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경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부한 원자재 매장량과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 삼아 해외 투자를 끌어온다는 평가다. JP모간은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할수록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가파르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