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새마을금고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은 뒤 정부 차원에서 건전성 개선에 나섰지만 이번에 파악된 개별 금고의 실태는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 없는 무리한 대출, 느슨한 관리·감독, 허술한 내부 통제, 경영진의 비전문성 등으로 빚어진 총체적 부실로 일부 금고는 ‘깡통 금고’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3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에 깔린 지역 새마을금고 1288곳의 지난해 경영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연체율이 10%를 넘는 금고만 80곳에 달했다. 2022년 연체율이 10%가 넘는 금고는 44곳이었다. 불과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전체 평균 연체율은 5.07%다. 전년 대비 1.4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3.14%포인트 치솟은 저축은행(6.55%)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별 금고 실태를 보면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연체율이 15%가 넘는 금고가 13곳이었고 20%가 넘는 금고도 3곳이었다.
연체율이 높은 금고는 대부분 기업 대출 비중이 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 대출로 파악됐다. 연체율이 22.27%에 달하는 서울의 A금고는 전체 대출에서 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87.56%였다. 이 금고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4.37%로 금융당국 권고치(8% 이하)의 세 배가 넘었다. 연체율이 20.15%인 인천의 B금고는 기업 대출 비중이 65.53%였다. 부실채권 비율(16.98%) 역시 높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돼 돌려받기 어려운 부실채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손실흡수능력 관련 지표인 순자본비율이 규제 수준(4%)에 못 미치는 금고도 23곳에 달했다.
올해 들어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해 3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을 잠정 집계한 결과 7%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5.07%) 대비 불과 3개월 새 2%포인트 넘게 치솟은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1조원어치를 사줘 연체율이 내려간 측면이 있다”며 “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해 조만간 전체 연체율이 10%를 넘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의 위기 대처 능력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금융당국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관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권 대비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은 오래된 비판이다. 예컨대 새마을금고는 내년부터 동일 업종에 30% 이상 대출금을 내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적용받는다.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하자 도입한 ‘뒷북 규제’인 셈이다. 저축은행은 시행사 자기자본 20% 이상인 사업장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개별 금고의 금융 전문성과 내부 통제 수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다른 업권과 다르게 새마을금고는 대출 건전성을 양호하게 평가해 부실을 덮고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며 “만약 적절하게 충당금을 쌓아놓지 않았다면 추후 부실이 터질 때 전부 충격으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부 회계감사 의무 역시 다른 상호금융업권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는 자산 500억원 이상인 금고의 경우 2년 주기로 받는 데 그친다. 신협은 자산 300억원 이상 조합이면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가 3000억원 이상 금고는 매년 회계감사를 받게 하기로 결정했지만 외부감사가 강화된 금고는 19.4%(251곳)에 불과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행안부 지도하에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고 있다”며 “올해는 경영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미현/서형교/오유림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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