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산유국 모임인 OPEC+의 감산, 중동 및 우크라이나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해 랠리를 나타냈다.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대사관을 공습한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탓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NG 상품전략 책임자인 워런 패터슨은 “OPEC+의 원유 감산과 함께 이란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입 가능성은 원유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지역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유가와 함께 구리,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구리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4% 오른 t당 89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중반 이후 t당 8000~860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구리 가격은 지난달 18일 t당 9000달러를 넘어서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파나마, 페루 등 남미 주요 생산국의 대규모 광산 폐쇄로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중국 구리 제련업체들이 사상 최저치로 급락한 제련 수수료에 대응해 생산을 축소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건설, 전자제품 등 산업 곳곳에 쓰이는 구리는 경기 전망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로 불리는 원자재다. 지난달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6월 인도분)은 지난달 28일 t당 8867달러로 구리 현물 가격보다 100달러 이상 비싸지며 1994년 이후 역대 최대 가격 차이를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트레이더들이 향후 구리 공급 부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비철금속인 알루미늄 선물 가격도 1.84% 올라 t당 23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2384달러를 기록한 이후 조정을 보이는 듯했지만 지난달부터 고공행진을 지속해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농산물 가격도 불안한 모습이다. 코코아 가격은 t당 1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일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t당 1만12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리브유는 지난 1년 사이 약 70% 올랐고 유럽 내 감자 가격도 전년 대비 30%가량 상승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블룸버그 원자재지수(BCOM)는 2일 100.7로 작년 12월 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앞서 중국의 3월 제조업 PMI도 시장 예상을 웃돌며 5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반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경기 민감 품목인 비철금속의 수요 회복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전 세계 구리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중국 제조업 경기 개선 지표는 구리값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시장에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구리 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가격이 연말 t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투자자 메모에서 올해 3분기까지 구리 가격이 t당 1만200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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