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을 7일 앞두고 처음으로 판세 예측을 내놨다. “해석사식 정치를 삼가야 한다”며 의석수 예상치를 내놓는 데 신중했던 지난달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3일 충북 충주 유세에서 “박빙으로 분석하는 곳이 전국에 55곳이고, 그중 수도권이 26곳”이라며 “지금의 총선 판세는 말 그대로 정말 살얼음판”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이 자신감과 위기감을 동시에 강조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5%인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현재 수도권 내 박빙 지역이 26곳이라는 건 당시보다 상황이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지지층을 좌절시키지 않으면서도 위기감을 함께 내비친 절묘한 발언”이라며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희망이 있음을 호소해 지지층 결집을 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초박빙 지역에서 이기면 반드시 승리한다. 반대로 여기서 다 무너지면 개헌(저지)선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투표 독려에 나섰다. 이 대표는 부산 사상 유세에서 “이제 구도의 문제는 끝났다”며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8.8%포인트 격차는 결국 누가 더 많이 투표하는가로 결판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민주당)가 분석하는 바로는 49~50개 지역구가 지지율 2~3%포인트로 왔다 갔다 한다”며 “지금 지지율 분석은 의미 없고 방심해서 안 찍으러 가는 순간 진짜 진다”고 강조했다.
총선 판세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는 “바닥은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254개 지역구 중 90~100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전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도 100석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난주보다 분위기가 좋아진 것이다.
민주당은 ‘110곳 이상에서 승리’라는 기존의 지역구 선거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양당 시·도당이 파악한 수도권 판세에서 ‘우세’ 또는 ‘경합 우세’로 분류한 지역은 국민의힘이 13곳(10.7%), 민주당은 78곳(63.9%)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수도권을 사실상 싹쓸이했음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은 도전적으로, 민주당은 보수적으로 판세를 전망했다는 평가다.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김준혁(경기 수원정), 편법 대출 의혹을 받는 양문석(경기 안산갑) 등 민주당 수도권 후보들 관련 논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핵심 변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최근 자신감을 일부 되찾고 서울 동대문·서대문·도봉을 등을 포함한 한강벨트 전체를 사실상 접전지로 본 것”이라며 “험지인 안산갑과 수원정도 논란 이후 신규 경합지에 포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