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공장 문 닫을 뻔 했는데"…850억 대박 '화려한 부활' [권용훈의 직업 불만족(族)]

입력 2024-04-06 06:00   수정 2024-04-06 09:49



"주변 지인 모두가 안 된다고 말렸습니다. 부산어묵과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설빙의 조합 상상해보셨나요."

지난 5일 박용준 삼진어묵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망해가던 가업을 다시 일으킨 비결로 다른 업종과의 과감한 결합을 꼽았다. 삼진어묵의 작년 매출 850억원으로 2013년(83억) 대비 10배 넘게 늘었다. 박 대표는 "깔끔한 매장에서 방금 만든 빵과 커피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손님들을 보고 어묵 베이커리를 기획했다"며 "갓 튀겨낸 신선한 어묵도 정말 맛있는데 이 맛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려운 산업 환경일수록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삼진어묵에 온 뒤로 제품군은 20여종에서 60여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는 "세상에 없던 시장을 공략하면서 지금까지 성장했다"며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깊게 생각하고 과감한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이 과감하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제품은 설비를 들여 인건비를 아낄 수 있지만 기계가 생산하는 상품에만 사업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기계를 쓰면 생산량을 늘리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힘들다"며 "인건비가 많이 들어도 다양한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직원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대째 71년동안 어묵을 만들고 있는 삼진어묵의 '대표 어묵 덕후' 박용준입니다. 반갑습니다.

▷과거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공장 신축 등으로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죠. 2011년 당시 전반적인 어묵 업계가 휘청이던 시기라서 완전히 레드오션이었어요. 반찬용, 꼬치용 같은 단순한 어묵 밖에 없었죠. 다들 가격 경쟁에만 집중했습니다. 열심히 영업하고 와도 일주일이면 거래가 뚝 끊겼어요. 왜 그런지 알아봤더니 옆집에서 더 싸게 납품하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정말 폐업까지 고민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하루 6시간 넘게 어묵을 포장하는 일만 했습니다. 허리를 푹 숙인 채로 어묵만 포장하다 보니 허리디스크에도 걸렸죠 (하하). 그러다 포장하던 어묵들이 중·도매상으로만 유통된다는 점을 알고 소포장 하는 아이디어를 냈죠. 온라인 쇼핑몰에 선물 세트도 기획하고 백화점, 로드샵 등 유통채널을 다양하게 바꾸기도 하고 밀키트 제품도 개발했습니다. 브랜딩과 매장에도 변화를 줬어요. 그게 어묵 베이커리입니다. 2011년 25명 밖에 안 되던 직원이 지금은 정직원만 250여명으로 불어났고 말도 안 되게 상황이 좋아졌죠.


▷학창 시절 꿈은 뭐였나요.
워낙 내성적인 성향이라 주도적으로 목표나 꿈을 확립하기 보다는 수동적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왔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의 꿈을 굳이 뽑자면 평범하게 좋은 대학 가는 것, 좋은 성적을 받는 게 소원이었어요. 딱히 학창 시절엔 꿈이 없었어요 (웃음).

▷평소 사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책을 읽거나 사람을 많이 만나요. 성격상 사람 만나는걸 안 좋아하는데요.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대한 직접 만나서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원래 내향적인 성격인데 노력해서 외향적으로 바뀐 케이스에요. 요즘은 아예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이나 해외에서 일하는 분을 만나서 배우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누구든 배울 게 있더라고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때 기존 직원들과의 갈등은 없었나요.
전통적인 생산 업종이라 산업에 관성이 많았죠. 새로운 걸 추진하는데 부담과 애로사항이 컸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작정 추진하기보다는 고민하는 시간을 상당히 많이 갖고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서 조언까지 듣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일을 추진했어요. 시장에 직접 가서 조사한 자료와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기도 했죠. '베이커리형 어묵 매장 오픈 이후 한 달 안에 줄을 세우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최종 승인을 받은 기억도 있습니다. 결과로 보여드리니 회사 내부에서도 점점 인정받았죠.

▷해외 시장에서의 어묵 평가는 어떤가요.
싱가포르에 첫 직영점을 오픈했고 이후로 인도네시아, 홍콩, 필리핀, 베트남에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매장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묵을 소리 나는 그대로 'AMOOK'으로 소통하고 쫄깃함이 강한 한국식 어묵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베트남 매장은 작년 9월에 베트남 1호점을 열었는데 오픈 당일 매장 앞에 줄을 설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도 어묵을 판매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인기 한국식품 톱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최근 삼진어묵의 매출은 어떻게 되나요.
2021년 790억원, 2022년 820억원, 2023년 850억원가량 됩니다. 최근 해외 매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어요. 해외 투자 비용이 너무 크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발 중인 신제품은 뭔가요.
‘단백질 샐러드 바’ 입니다. 어묵은 생선을 원료로 만들어져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에요. 이걸 활용해서 다이어트 상품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있습니다(하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벌여둔 일은 많은데 함께 해줄 사람이 없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일손이 부족해 매일 현장 일을 하곤 했는데 현장 실무와 관리, 영업까지 많은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하는 것이 벅찼어요. 매 순간 '잘못되면 끝이다'라는 절박함으로 일해서 마음의 여유도 없었죠.

▷어떻게 극복했나요.
결국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니 해결됐어요. 쌓인 경험이 기반이 되니 자연스레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기가 왔습니다. 매번 더 완벽하게 일하고자 하는 강박감이 있었는데 그 강박도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여유도 생기고 업무 효율이 확 올라갔습니다.

▷주변에 사업적 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경영을 해나가며 겪게 되는 시행착오들이 있었고, 경험 부족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들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주변에 경험이 많은 분들을 만나 솔직하게 어려움을 공유했고 조언을 구했죠. 심지어 경쟁사 대표님들과도 자주 뵙고 어려움에 대한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했어요. 모 사장님은 제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조언을 구하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아직도 놀리세요 (웃음).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저도 지금까지 정말 많이 울었고, 좌절했고 또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고통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는데요. 어떤 분야든 한 분야에 미칠 정도로 깊게 파고들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본인 능력이 높아진다면 성공의 기회도 주어지는 듯합니다. 저는 어묵에 빠졌고 지금은 어떤 산업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그러다 보니 꿈도 명확해졌습니다. 어묵으로 세계 1등이 되는 것. 응원해주십시오!

#직업 불만족(族) 편집자주
꿈의 직장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매년 이직자들이 쏟아집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대(大) 이직 시대'입니다. [직업 불만족(族)]은 최대한 많은 직업 이야기를 다소 주관적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색 직장과 만족하는 직업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날까지 연재합니다.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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