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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가 정착되자 사무실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결과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지난 1일 상업용 부동산 보고서를 통해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올해 1분기 19.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4분기 19.6%에서 0.2%포인트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가 정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합한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사무실 수요가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무실에 입주하는 기업들도 임차 면적을 점차 줄여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정책도 빈 사무실 현상을 가속화했다. 지난 2022년부터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토마스 라살비아 무디스 상업용부동산 분석 책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사무실 공실률은 이미 1986년과 1991년 기록한 최고 공실률인 19.3%를 넘겼다"며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압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무실 공실로 인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태를 이어가며 상업용 부동산발(發) 파산 위기를 억제했다는 진단이다. 작년 4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4%로 잠정치(3.2%)를 웃돌았다. 미국 주요 최고경영자(CEO) 협회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EO 경제 전망지수도 85를 기록했다. 2022년 이후 최고치다.
Fed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낙관했다. 마이클 바 Fed 부의장은 3일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 콘퍼런스에서 "상업용 부동산 침체로 인한 은행의 미실현 손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며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치솟자 지난 2월 Fed를 비롯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 규제당국 세 곳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가 자본금의 3배 이상인 은행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를 추진했다. 이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부실 위험이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규제당국이 기준을 강화한 배경엔 뉴욕 커뮤니티 뱅 호프(NYCB)가 있다. 부동산 위기가 지역은행으로 번지기 전에 진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월 31일 NYCB는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인한 손실을 인식하며 주가가 하루 새 37% 급락한 바 있다. 부실화하는 부동산 대출이 악재로 작용했다. NYCB는 두 건의 대출에서 총 1억8500만달러(약 2500억원)를 상각했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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