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vs 방신실 vs 황유민 장타대결…첫날은 황유민 '승'

입력 2024-04-04 17:00   수정 2024-04-05 00:22


4일 오후 12시5분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 앤 리조트(파72) 1번 홀(파4).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1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복귀전에 나선 윤이나(21)와 지난해 장타 신드롬을 일으킨 방신실(20), 황유민(21)의 장타 대결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마지막으로 티잉 구역에 들어선 윤이나의 티샷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갤러리를 향해 90도 인사를 한 윤이나에게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그가 드라이버를 들고 자세를 취하자 저마다 머리 위로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선 윤이나는 흔들림이 없었다. 윤이나는 이날 1번 홀에서 첫 티샷을 페어웨이로 정확히 보낸 뒤 환한 미소를 보였다. 공식 드라이브 비거리는 241.2야드. 248.1야드를 날린 황유민보다 거리는 짧았지만 1년9개월의 공백기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오히려 긴장한 쪽은 ‘장타 괴물’ 방신실이었다. 방신실은 첫 번째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 분실구가 되면서 5온2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기록했다. 이 홀에서 비거리도 239.8야드로 가장 짧았다.

장타 골퍼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1라운드는 황유민이 승기를 쥐었다. 황유민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7언더파 단독 선두인 최가빈(21)과는 2타 차이다. 윤이나는 공동 19위(2언더파), 방신실은 공동 94위(3오버파)다.

장타만 놓고 보면 윤이나도 밀리지 않았다. 13번 홀(파5)에서 윤이나는 278.3야드의 티샷을 날렸다. 같은 홀에서 황유민은 268.2야드, 방신실은 263.7야드를 보냈다.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장타,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골프 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즌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생애 첫 승까지 따냈다.

탄탄대로일 것 같던 윤이나의 커리어는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무너졌다. 같은 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국골프협회(KGA)와 KLPGA는 각각 3년간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KGA와 KLPGA가 징계를 1년6개월로 감면해 조기 복귀가 확정됐다.

복귀전을 마친 윤이나는 “잔디를 밟으며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는 하루였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윤이나와 황유민, 방신실은 2라운드에서도 같은 조에 묶여 장타 대결 2차전을 치른다.

서귀포=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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