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은 1989년부터 단계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생태 특성과 진단, 방제 기술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산불, 산사태와 달리 ‘소나무-소나무재선충-매개충’의 생물 요인 간의 상호 관계에 의해 소나무림이 파괴되는 산림재난이다.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후 지금까지 약 1500만 그루의 소나무 피해목이 확인됐고, 지난해부터 다시 확산세로 전환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연구 I 단계(1989~2009년)는 감염목 피해가 점차 증가하던 시기다.
소나무재선충병의 ‘기초 생태 및 방제 기술개발’ 연구에 역점을 두고 진행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피해목 제거사업’을 위해 벌채목의 ‘파쇄’, ‘소각’, ‘훈증’ 처리 지침을 제시했다.
저독성 훈증 약제 ‘메탐소듐(25%)’을 선발해 급증한 현장의 벌채목 처리에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비병징 감염목을 함께 제거해 방제 효과를 검증한 ‘모두베기’ 방제법을 처음 제안하기도 했다.
매개충의 생활사 구명 연구를 통한 방제 최적 시기 결정을 지원했다.
예방 효과가 우수한 나무주사 약제 ‘아바멕틴’과 ‘에마멕틴 벤조에이트’를 선정해 현장 방제 효과를 높였다.
소나무재선충병 연구 II 단계(2010~2015년)는 2014년 피해목 218만 그루의 2차 대발생이 있었던 시기로 구분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급증한 고사목 방제를 위해 ‘현장 지원형 방제 기술 다각화 연구’에 집중했다.
현장에 적재된 피해목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디메틸설파이드’와 ‘메탐소듐(42%)’ 훈증제를 추가 등록하고, 동시에 ‘대량훈증법’을 개발, 고사목 활용방안을 마련했다.
현재는 중단된 대면적 항공 방제용 ‘아세타미프리드’ 약제를 선발하고, 매개충 ‘페로몬 트랩’을 활용한 친환경 방제 연구도 병행했다.
이 밖에 지상 방제 약제 살포 방법 개발해 6년간 약효 지속력이 있는 ‘밀베멕틴’ 예방 나무주사 선발 등 다양화된 방제 기술개발로 탄력적인 현장 대응 방안을 구축했다.
소나무재선충병 연구 III 단계(2016~2023년)는 2014년 2차 대발생 이후 피해가 점차 줄어들던 시기로, ‘예찰·진단’ 및 ‘방제 기술의 고도화’ 연구를 추진했다.
예방 나무주사 약제는 약효 지속 기간이 2~4년까지의 다양한 품목과 소나무재선충과 매개충을 동시 방제 가능한 ‘합제나무주사’(에마멕틴 벤조에이트+아세타미프리드 등)를 선발했다.
이어 현장에서 30분 이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휴대용 유전자 기반 소나무재선충병 진단키트 개발’을 통해 진단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소나무재선충병 ‘내병성 우수 개체 육성 및 보급’을 위한 연구도 시작했다.
환경 위해성의 우려로 중단된 항공살포를 대체하는 ‘정밀 드론’ 약제 살포 방식을 정립해 피해 극심지와 선단지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조치했다.
다만 친환경 방제 연구는 국제 공동연구 및 연구 컨소시엄 사업으로 매개충 기생 및 포식 천적 연구, 병원 미생물 선발, 기주 저항성 유도 세균 연구 등 다양하게 추진했으나, 대부분 현장 적용 시험에 효과가 저조해 실용화에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방제 기술을 현장에 접목해 재선충병 피해지역 중 18개 시군구는 청정지역으로 전환하는 성과는 보였고, 현재까지 재선충병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최초 발생지인 부산광역시 동래구는 2011년 1월 이후로 재선충병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소나무재선충병의 지속적인 확산 방지를 위해 중장기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선 2025년 발사될 ‘농림 위성’의 영상을 활용한 광범위한 지역의 신속·정확한 예찰 기술 고도화 연구를 시작했다.
대구 달성·경북 포항·경남 밀양 등 소나무재선충병 ‘특별 방제 구역’의 맞춤형 방제전략 수립을 위한 피해 확산 특성 연구도 착수했다.
약제의 환경위해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약제의 산림생태계 위해성 평가’ 연구와 소나무재선충병 내병성 우수 개체 증식을 통한 클론보존원 조성·보급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인천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장은 “소나무재선충병 현장과 정책에 단비와 같은 연구성과를 도출해 우리나라 16억 그루의 소나무를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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