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에선 빨래도 하지 못할 정도의 녹물이 나오고 정전도 잦다. 낡은 배수관은 곳곳에서 터지거나 갈라져 아랫집 누수가 빈번하고 외벽과 옥상에는 빗물이 스며든다. 주차난은 밤잠을 설치게 한다. 한 단지에선 몇 년 전 화재가 났을 때 겹겹이 주차된 차들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조합원이 감당해야 할 추가 분담금은 막대해졌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2020년 대비 43.1% 뛰었다.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면 일반 분양가를 높여야 하지만, 요즘 재건축 단지들은 용적률이 150~200%에 달하는 중층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일반 분양분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주고 있지만 기부채납(공공기여) 조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압구정 3구역 등은 기부채납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인기 재건축 단지는 강남 3구에 몰려 있지만, 강남 3구는 규제지역으로 묶여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 후분양을 한다고 해도 사업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 비용 부담이 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이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를 없애고, 용적률 체계를 유연하게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공사비가 제대로 책정되고 있는지 검증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재건축이 오랫동안 휘청이면 그 여파는 일파만파 번질 것이다. 당장 도심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집값 폭등, 도시 슬럼화, 나아가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무엇이 가장 실효성 있는지 판단해야 할 때다. 녹물 아파트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은 무슨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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