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 직후 짧은 서면브리핑을 냈다.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하고,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 인물에게 2시간20분을 할애해 면담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전공의들 사이에서 입지가 불안한 박 위원장의 상황을 존중해 최대한 짧게 결과 브리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면담 이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만족스럽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면담 이후 발표된 서면브리핑 역시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표현 자체가 “의료계가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와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하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와 비교할 때 더욱 조정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설명이다.
이날 면담이 성사되는 과정도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2일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가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시간, 장소, 주제, 형식 등 모두 전공의 대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면담 이후 SNS에 ‘한 줄 감상’을 올린 뒤 전공의들에게 “대통령께 할 수 있는 선에서 평소처럼 할 말을 다 했다”며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실은 박 위원장의 글에 대해 논평을 자제했다.
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면담 전부터 대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면담 직전 내부 회원에게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한 뒤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공지했다. “지난 2월 말부터 박민수(보건복지부 2차관), 조규홍(복지부 장관) 등 수십 명의 대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무대응으로 유지했고 그 결과 행정부 최고 수장이 직접 나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도병욱/오현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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