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절반 이상이 외쳤다…"이번엔 10만전자 진짜 간다"

입력 2024-04-04 08:08   수정 2024-04-04 08:08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오는 5일 1분기 잠정 실적에서 메모리 반도체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데다 경쟁사에 밀렸던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의 추격이 곧 시작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증권은 전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9만3000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삼성전자 목표주가 10만원 이상을 제시한 증권사는 12곳으로 늘었다. 국내 주요 증권사 22곳의 절반이 넘는다.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9만1000원에서 10만7000원으로 단숨에 올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게 설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대역폭 메모리(HBM3)의 주 고객사 납품이 시작되는 등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고 비메모리 부문도 올 상반기를 지나며 적자를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종가 8만800원을 기록하며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대)에 안착했다. 삼성전자 종가가 8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12월28일(8만300원) 이후 처음이다. 8만전자를 기록한 후에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5.81%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11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다. 이 기간 5조2850억원어치를 사들여 압도적 순매수 금액 1위다.

증권들이 삼성전자 목표가를 빠르게 높이고 있는 것은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공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를 각각 73조1215억원과 5조3319억원으로 추산해 최근 3개월 평균 예상치인 72조5453억원과 5조1701억원보다 각각 5762억원, 1618억원씩 늘렸다.

지난해 말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4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멈추고 1조~2조원 수준의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증권가에 확산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5개월 연속 증가한 끝에 117억달러로 늘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폭증했던 2022년 6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쟁사에 뒤처져 그동안 주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신제품 양산이 시작되면 반전을 맞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으로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12단 HBM3E의 상반기 양산을 예고한 상태다.

4세대 제품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달 5세대 제품인 8단 HBM3E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실물 제품에 'Jensen Approved'(젠슨 승인)이라고 서명을 남겨, 이미 엔비디아의 검증을 통과했단 기대도 나온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역사적으로 볼 때 중간 수준의 범위에 와 있다"며 "현재의 재고 정상화와 맞물리는 메모리 상승 사이클, HBM3E의 본격 실적 기여도 상승으로 인한 실적 개선 전망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의 매력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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