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소속 노조 탈퇴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후 3시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허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밤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황재복 SPC 대표 등에게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 민주노총 노조를 없애라고 지시하고, 탈퇴자 현황을 수시로 보고 받는 등 부당노동 행위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 PB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에게 승진 불이익을 주는 등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한 혐의다. PB파트너스는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채용·양성 등을 담당하는 업체다.
검찰은 구속기소 한 황재복 SPC 대표이사 등 임원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시위를 벌이자 허 회장이 해당 노조 와해를 지시했고 이후 진행 상황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지난달부터 이달 1일까지 업무 일정, 건강 등을 이유로 검찰 소환에 여러 차례 불응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검찰에 출석했지만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한 시간 만에 조사가 중단됐다.
검찰은 지난 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조사에 나섰다. 다음 날인 3일에는 증거 인멸, 도주 우려 등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회장 신병을 확보해 부당 노동행위 경위 등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SPC가 2020년 9월부터 2023년 5월 검찰 수사관을 통해 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정보를 빼돌리는 과정에 허 회장이 개입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PC그룹은 이날 입장문에서 "어제 저녁 검찰이 허영인 SPC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SPC 그룹은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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