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된 확률만 믿고 개돼지처럼 돈 썼네요."
성장 특화 서버인 부트캠프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나이트 크로우'에 입문한 A씨는 '한 주에 50만원을 확률형 아이템 뽑기에 쏟아부었다. 그는 "지금까지 누적 약 1000만원 정도 현질(돈으로 아이템 구매)에 쓴 것 같다"며 "게임사에서 '기재 오류이니 정정하겠다' 식의 태도로 나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이렇게 되면 새로 고시된 확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확률형 게임 이용자 B씨는 "확률형 아이템에 보통 못해도 몇십에서 몇백만원은 썼을 것인데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게임사마다 알고 보니 0%인 것도 있고 확률을 거의 2~3배 뻥튀기해서 기재해놨던 거라 단순 실수인지도 의심스럽다"며 "일단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각 게임사가 어떻게 보상을 해줄지 보고 판단하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와 웹젠의 '뮤 아크엔젤' 등은 지난달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오기재했다.
위메이드는 지난달 29일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의 캐릭터 성능 강화에 쓰이는 '조화의 찬란한 원소 추출'의 아이템 확률 정보를 잘못 표기했다. 이후 사측은 공지를 통해 오류를 인정하고 전설 등급 원소 획득 확률을 기존 0.0198%에서 0.01%로, 영웅 등급 원소 획득 확률은 1%에서 0.32%로, 희귀 등급 원소 획득 확률을 7%에서 3.97%로 각각 정정했다.
실제 적용 확률 정보를 보면 상대적으로 얻기 어려운 전설, 영웅, 희귀 등의 확률은 등급의 기존 안내 확률보다 낮아졌고 고급의 경우 기존 안내 확률 보다 높아졌다.
웹젠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화 하루 전인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뮤 아크엔젤'의 일부 아이템 확률 정보 오류 발견 사실을 공지했다. 뮤 아크엔젤 이용자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 진행을 요청했다.
웹젠의 경우 '레전드 방어구 세트석 패키지'를 뽑을 수 있는 '세트 보물 뽑기' 상품의 경우 401레벨 이상의 경우 150회 뽑기까지 획득률이 0%로 설정돼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360~400레벨에서는 기존에는 0.29%로 확률이 표시됐으나 실제로는 100회 이상 시도해야 획득 가능했고 확정 획득 회차는 350회였다. 이 아이템에 대해선 이달 중 환불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라비티도 지난달 20일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아이템 100여개에 대한 확률 오기재 사항을 정정했다. 일부 아이템 중에는 변경 전 0.8%로 공시됐던 획득률이 실제로는 0.1%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확률 정정 후 대부분의 아이템의 획득률이 낮아졌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운영진은 같은 달 28일 공지사항을 통해 보상 절차에 대해 안내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게임사의 경우 규제 대응 인력 배치 등 현실적으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보통 개발사가 있고 유통사인 퍼블리셔가 있는데 퍼블리셔 같은 경우는 개발사에서 주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일일이 다 의심하며 수백 수천개를 다시 검증하기엔 매우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대형 게임사는 임직원 수가 많아 게임 하나에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담당하는 품질향상(QA) 부서원들이 많이 달라붙는 구조인데 중견 게임사 이하는 이 모든 게 다 인건비기 때문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제화 이전에도 그동안 모든 게임사가 자율규제로라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해 오려고 노력한 것으로 안다. 전수 조사 과정에서 이런 오류들이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확률 공개 이전에 확률 검증 절차가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용자 C씨는 "만약 2%의 확률이 사실은 1%였다고 공지를 수정했어도 내부적으론 확률이 0.5%였는지 누가 알 수 있냐"며 "유저들이 확률 계산이 투명하고 올바르게 동작하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는 검증 방식이 적용돼야 앞으로 유저들에게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도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게 문제가 된 게 아니고 확률을 공개하고 있었는데 그게 표기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인 만큼 어떤 과정으로 인해 잘못된 부분이 생겼는지 정확하게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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