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선에서 1석이 급한 국민의힘이 '텃밭' 부산 수영구를 자칫 더불어민주당에 내줄 상황에 부닥쳤다. 국민의힘 후보 공천이 취소되고 무소속 출마한 장예찬 후보와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는 21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가 득표율 41%로 선전한 선거구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의 득표율은 55.93%였다. 20대 총선에서도 호남에서 압승을 거뒀던 국민의당과 민주당 후보의 합산 지지율은 47.55%에 달했다.
수영구는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보수 텃밭이지만, 민주당 지지세도 결코 약하지 않은 선거구라는 평가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 진영 후보 간 표 분열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힘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수영구는 15대 선거구 신설 이후 쭉 보수 후보들이 당선된 곳이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곳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수영구의 이런 특징은 최근 공표되는 여론조사를 통해 잘 드러난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프레시안 부산울산 취재본부 의뢰로 지난 3월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수영구 유권자 501명에게 후보자 지지도를 무선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유동철 민주당 후보 40.6%, 정연욱 후보 29.9%, 장예찬 후보 22.8%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보수 진영 후보의 승리는커녕, 민주당 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MBC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달 8~9일 수영구 유권자 510명에게 무선 ARS 방식으로 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장예찬 후보는 지지율 54.2%를 기록했었다. 유동철 후보는 30.9%였다. 장예찬 후보 공천 취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공천 취소로 인한 반사이익을 유동철 후보가 뚜렷이 누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 분열로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런 양상은 '보수 단일화'라는 의제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먼저 단일화를 제안한 건 장예찬 후보다. 그는 지난 1일 "아무리 불리한 조건이라도 전부 수용하겠다"면서 공개 제안했다. 하지만 정연욱 후보는 "무자격 판정자의 보수 팔이"라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정연욱 후보는 이날 한경닷컴에 "기존 입장에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장예찬 후보는 단일화 불발 시 무소속 후보로 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예찬 후보의 지지자들은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장예찬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화를 하면 그간 공천관리위원회의 역할이나 조치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1석이라도 더 건져야 하는 상황인 건 맞지만, 전국 판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박수영 부산 남구 후보는 전날 YTN에서 "1석이 아쉬운 격전 상황에서 (당 지지자들이) 무소속 후보에게 찍어줄 리는 만무하다. 민주당 후보가 1명이고 보수가 분산되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에 3등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용태 고양정 후보도 이날 TV조선에서 "공천을 취소한 후보와 단일화하면 세상으로부터 조롱받지 않겠냐"고 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 전 조사 및 공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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