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4일 14: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을 찾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연초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데다 4월 총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풍부한 투자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시장에서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액 역대 최대 수준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38조872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조2221억원을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5조원 넘게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10개 기업이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이들 10개 기업 회사채 수요예측에 몰린 매수 주문 금액은 8조3860억원에 달한다.
AA급 우량채에는 조 단위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SK하이닉스(신용등급 AA)는 38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2조85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GS파워(AA)와 교보증권(AA-)은 모두 모집 물량의 10배가 넘는 매수 주문이 수요예측에서 접수됐다.
A급 회사채도 흥행몰이 중이다. 대웅제약(A+)은 1000억원 모집에 931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상향된 HD현대일렉트릭은 500억원 모집에 5570억원의 주문액이 접수됐다. A급 기업에서는 드물게 장기물인 5년물 조달도 성공했다.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하는 기업들도 무난하게 목표 금액을 채웠다. 3년 만에 시장에 복귀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500억원 조달을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59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2021년 6월 이후 회사채 시장을 처음으로 찾은 코오롱인더스트리(A)는 750억원 모집에 3730억원의 주문액이 들어왔다.
○불확실성 줄이기 위해 조달 시기 앞당겨
‘4월 위기론’ 등을 의식한 기업들이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폭탄 등이 총선 이후 터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하반기에도 미국 대선 등 대형 이벤트가 대기 중인 만큼 당장 만기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회사채 발행 작업을 마무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오는 7월과 12월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차입에 투입한다. 대웅제약도 9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오는 7월 도래할 예정이지만 이번 회사채를 통해 한발 앞서 차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채 시장 내 투자수요가 풍부한 것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물량을 늘리고 있는 배경이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등이 앞다퉈 회사채 매수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기관들이 연초에 적극적으로 채권을 사들이는 이른바 '연초 효과'가 마무리된 시점이지만 회사채 매수세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환 물량이 몰린 것도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 주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19조51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6% 늘어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4월 총선 이후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자금시장 동향 등을 고려하면 4월 위기설이 우량 회사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 전체 경계감 확산보다는 펀더멘털에 따른 업체별 차별화가 나타날 순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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