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28만명을 거느린 뷰티 인플루언서 회사원A는 지난해 9월 LG생활건강 계열 색조 화장품 브랜드 'VDL'과 손잡고 협업 쿠션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상품을 일본에 선보였다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10월 VDL 온라인 매출은 1년 전보다 282% 뛰었다. 다만 이 제품은 국내 매장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전용 상품이기 때문이다. VDL뿐 아니라 클리오 티르티르 롬앤 힌스 등 브랜드가 현지 전용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 회복이 더딘 K뷰티 브랜드들이 일본과 북미 시장에 집중한 결실을 맺고 있다.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과거 K뷰티 성장을 견인한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북미와 일본, 동남아 시장이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하면서다.
국산 화장품 수출은 2021년 92억2000만달러(연간 기준)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다. 2022년의 경우 최대 시장인 중국 내수 소비 부진과 현지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 확산 등으로 시장 여건이 악화하면서 79억8000만달러로 급감했다. 그러나 지난해 84억9000만달러로 반등세를 보였고 올해도 1분기부터 산뜻하게 출발했다.
품목과 수출국 다변화 흐름이 두드러졌다.
우선 품목 중 색조화장품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올해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10억2000만달러로 44.4%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출을 달성한 2021년 당시 기초화장품 비중(51.1%)보다 6.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립스틱과 페이스 파우더 등 색조화장품의 비중은 2021년 11.7%에서 올해 1분기 15.5%로 높아졌고, 선크림(자외선차단제) 등 기타화장품 비중 역시 20.4%에서 25.1%로 상승했다. 관세청은 "불경기에 저렴하면서 소비 만족도가 높은 입술 화장품과 우수한 품질로 인정받은 선크림 등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수출 2~4위 시장인 미국과 일본, 베트남의 약진이 돋보였다. 미국(3억8000만달러) 수출액이 1년 전보다 58.7%나 뛰었다. 일본(2억4000만달러)과 베트남(1억5000만달러)도 각각 21.7%, 24.4% 증가하며 역대 최대 1분기 수출액을 기록했다. 1위 시장인 중국 수출은 6억1000만달러로 4.6% 감소했지만 다른 국가에서 공백을 메우면서 전체 실적은 오히려 늘어났다.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이 이뤄진 국가는 175개국에 달했다.
관세청은 "2021년 이후 수출 1위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는 반면 다양한 나라로 수출이 늘면서 특정국 쏠림이 완화됐다"며 "지난해 화장품류 수출이 반등한 데 이어 올 들어 수출이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만큼 올해 수출 신기록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인디 브랜드'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 흥행도 돋보인다. 세계적으로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인디 브랜드와 조력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허제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인디 브랜드 화장품은 일본, 미국, 동남아로 시장 영역을 확장해 올해 화장품 산업의 수출 성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뷰티 쌍두마차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코스알엑스와 힌스를 인수하며 미국과 일본 현지시장 수요 확보에 나섰다.
과거 K뷰티 트렌드의 중심에 여배우가 있었다면 이제는 아이돌그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걸그룹과 보이그룹이 무대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바르는 제품과 화장법이 실시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국내외 팬덤과 소비자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각 브랜드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모델로 내세웠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소속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블랙핑크 로제를, 헤라는 제니를 모데롤 기용했다. 에스쁘아는 에스파 윈터, 프리메라는 르세라핌 사쿠라가 광고모델이다. 팬덤을 거느린 보이그룹 멤버들도 모델로 나서고 있다. 에뛰드는 라이즈의 손을 잡았고 이니스프리 역시 아이브 장원영에 이어 세븐틴 민규가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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