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최근 만난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고위 관계자는 송 장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이 같이 말끝을 흐렸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사진)이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송 장관은 지명 당시부터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여성 농업 장관이자, 농업·농촌 정책 분야 전문가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 송 장관에 대한 농식품부 안팎의 평가는 어떨까. 당초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부처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다른 부처에 비해 다소 경직되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농식품부에서 관료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시작도 순조롭지 않았다. 송 장관은 작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답변서를 ‘복붙’했다는 논란으로 곤욕을 겪었다.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는 가운데 야당이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때 장관으로 ‘깜짝 등용’됐다가 갖은 구설수에 휘말리다가 결국 여수 기름유출 사태 때 경질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다.
100일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송 장관을 지켜본 농식품부 관계자들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지만,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현안을 지적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국장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한다. 회의 때는 주로 실·국장들의 의견을 경청하지만, 보고를 받은 후 질문할 때는 핵심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특히 송 장관은 기념행사 등을 포함해 취임 100일 동안 총 54차례 현장을 찾았다. 이틀에 한 번 넘게 현장을 찾은 셈이다. 송 장관의 ‘현장 행보’에 대한 부처 내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송 장관은 의전을 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장을 찾는 날엔 동행 인원을 최소화하고, 담당 과장 1명만 함께 찾는다.
쓸데없이 많이 나오면 현장 목소리도 못 듣고 오히려 민폐만 끼친다는 것이 송 장관의 지론이다. 방문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불필요한 의전을 받지 않으려고 몰래 현장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金사과’ 등 농식품부 물가가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송 장관이 농업·농촌 정책 분야 전문가로서 본인이 가진 특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송 장관은 지난달에만 20차례 현장을 찾았는데, 방문지가 대부분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 및 식품·외식기업이었다. 반면 농촌 소멸 관련 현장은 찾지 않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농촌 정책에 관해선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라며 “물가 이슈가 수그러들면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 장관의 이력은 특이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부원장 출신 ‘연구파’로 알려졌지만, 대학에선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1989년 이화여대를 졸업한 송 장관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을 공부했다.
도시 정비에 관해 공부하면서 농촌 난개발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도시는 정비가 잘돼있는데 농촌은 왜 이렇게 난개발되는걸까’라는 문제의식으로 농촌 정책 연구에 매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8일엔 직접 기자단 앞에 나서서 농식품부의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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