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공의와 의료계의 반응은 달랐다. 박 위원장에게 “왜 대화에 나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2000명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 요구안을 재차 강조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박 위원장 탄핵에 동의해달라는 성명서까지 돌았다.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대전협에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회의 내용도 공식적으로 공유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 위원장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 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대표성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자리였다”며 “박 위원장이 대화가 아니라 합의를 하고 나왔다고 했더라도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도 박 위원장을 ‘내부의 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몇 내부의 적은 외부의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적었다. 임 차기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는 “(대통령과의 대화는) 여러 번 갈 필요가 없는 자리”라며 “잘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사진 찍으러 가는 자리”라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전공의 양측이 대화를 이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과의 만남 직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박 위원장도 질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장기화하고 있는 진료 공백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가 죽어갈지 모른다”며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대화를 이어가면서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국민 생명을 살리는 실질적 해법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와의 대화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겠냐”며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대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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