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0세 노인은 행복지수가 높은데 한국의 100세 노인은 불행하다. ‘자녀 볼 면목이 없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나이를 먹을수록 불행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일본 노인학의 권위자 곤도 야스유키 오사카대 교수(사진)는 최근 인터뷰를 하고 ‘120세 시대’를 맞아 고령화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노화와 행복감은 반비례 관계가 아니며 고령화는 지방보다 도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세계 최초의 ‘노인대국’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분류하는 고령사회(14% 이상), 초고령사회(20% 이상)에 각각 1995년, 2010년 진입했다. 자연스레 노인학도 발달했다. 일본의 노인학 연구자는 300~400명에 달한다.
곤도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고령자 심층 면접을 토대로 ‘고령으로 신체 기능이 쇠퇴해도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해 주목받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가 본격화하는 60대에 접어들면 인간의 행복감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80세를 넘어서면 행복감이 다시 높아졌다.
건강 여부는 관계가 없었다. 종일 침대에서 생활하는 105세 할머니의 행복감이 팔팔하던 80세 때보다 훨씬 높은 사례도 있었다. 곤도 교수는 “노화를 인정하는 대신 행복의 기준을 바꾼 결과”라고 분석했다.
행복의 기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가족·이웃과의 연대감이다. 일본에는 마쓰리(마을 전통 축제)가 활발한 마을일수록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변인과 연대감이 약한 도시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곤도 교수가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의 고령화가 진행된 10여 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됐다. 곤도 교수는 한국의 도시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서울 집중화를 완화하고,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사카=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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