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간 매출 4000억 '뚝'…수련병원 50곳 '줄도산 위기'

입력 2024-04-05 18:29   수정 2024-04-15 19:34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전체 의사(1603명)의 46.2%(740명)에 이른다. 이 병원에서 전문의에게 수술받은 환자가 중환자실이나 입원 병동으로 옮겨지면 그때부터는 사실상 전공의가 환자 관리를 책임진다. 전공의가 없는 A종합병원은 다르다. 중환자실도 전문의들이 직접 당직을 서면서 응급 상황에 대비한다. 일반 병동에 입원한 환자 관리는 대부분 간호사 몫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대형 대학병원이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는 데는 이런 독특한 인력 구조가 밑바탕이 됐다. 전공의가 한꺼번에 환자 곁을 떠나자 입원 환자 관리에 차질이 생겼고 자연히 수술도 줄었다. 일부 병원에선 외래 진료도 멈췄다. 연쇄 파동의 끝단에 대규모 실직과 대학병원 줄도산이 찾아올 것이란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경영 악화 호소하는 수련병원들
5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직전인 올해 2월 16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국내 50개 수련병원의 의료 수입은 2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6645억원)보다 4238억원(15.9%) 줄었다. 45일간 매일 94억원씩 수입이 줄었다는 의미다.

규모가 클수록 타격이 컸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1000병상이 넘는 대형 병원은 같은 기간 의료 수입이 19.7% 급감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직 발생 직후인 2월 마지막 2주보다 3월 한 달간의 의료 수입 감소율이 2.5배 높다”며 “손실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는 종합병원엔 환자가 몰리고 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금요일 오후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여섯 대의 119차량이 동시에 몰려왔다”며 대기 중인 구급차 사진을 공개했다. 또 다른 지역 종합병원 관계자는 “최근 병상 가동률이 95%까지 치솟았다”며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인력 보강이나 시설 확충 등이 쉽지 않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 중심’ 전환하려면 인력 늘어야
전공의는 대학병원에서 인건비가 가장 싸고 경력이 짧은 의사다. ‘콜 당직’ 등을 서면서 입원 환자를 관리한다. 수술방에서 전문의를 보조하고 응급실을 지키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들을 지칭하는 ‘레지던트’라는 용어도 ‘병원에 살며 환자를 돌보는 의사’라는 뜻이다. 전공의 생활이 고달픈 것은 만국공통이란 의미다.

이들의 업무 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세계적 추세다. 입원 전담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내도 일부 병원에서 입원·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 조건 탓에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국내에도 이미 전문의 중심 병원 모델을 가동한 의료기관이 있다. 대학병원이 신설되면 전공의 수련 자격을 받지 못해 일정 기간 전문의로만 운영된다. 이상적인 구조지만 노동 강도가 세 이직률이 높다는 게 숙제다. 한 신설 대학병원 관계자는 “명의로 불리는 중견 교수를 영입해도 당직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하면서 이직한다”며 “결국 경력이 짧은 젊은 교수만 남아 버티는 구조”라고 했다.

야간 당직 업무 등을 모두 전문의가 책임지는 중소병원의 고민은 인건비다. 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응급 스텐트 시술 등을 하는 심장내과 조교수급 인력이 동네병원으로 가면 연봉이 세 배가량 뛴다”며 “이 때문에 대학병원에 남겠다는 의사가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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