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두 가격이 상승한 데다 중저가 카페 프랜차이즈 공세까지 겹치면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이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원자재 가격 압박에 경쟁까지 치열해지자 지금이라도 매장을 양도한 뒤 권리금이라도 챙기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런던국제선물거래소에서 인스턴트용 커피 원두인 로부스타 커피 선물은 지난 3일(현지시간) 3.8% 상승한 톤(t)당 3800달러를 넘어섰다. 로부스타 커피 선물은 글로벌 커피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데 지난 1년간 70%가량 상승했다. 또 다른 커피 가격의 지표인 아라비카 커피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2.07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파운드당 2달러를 넘어선 수치로 연중 최고치다. 최근 커피선물 가격 추이를 분석한 씨티그룹은 중단기적으로 커피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커피콩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다. 주요 산지인 베트남과 남미 등에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서 커피콩 흉작이 전망된다. 고온과 가뭄이 지속돼 작황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그러나 커피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자연히 원두 가격이 치솟는 분위기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생두와 원두) 수입액은 11억1000만달러로 2년 연속 10억달러를 넘겼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7배에 달한다.
이에 원두 공급업체들이 납품가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동네 카페들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타격이 덜한 편. 이들 프랜차이즈는 주로 농장에서 직영으로 1년여분 원두를 선구매하는 시스템이라 원재료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하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의 경우 중간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 단위로 원두를 받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카페라떼의 주 원료인 우윳값도 오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운영 비용이 크게 뛴 상황이다.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저가 커피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영향도 있다.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내세운 이들 프랜차이즈의 공격적 영업에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가격을 유지하자니 이익을 내기 어렵고 올리자니 고객이 떨어져 매출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는 광고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이나 방탄소년단(BTS)뷔 등 톱모델을 발탁하면서 브랜드 노출도 늘었다.
스타벅스가 배달의민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도 개인 카페 자영업자들에겐 악재다. 스타벅스의 배달 시장 진출 소식이 들리자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그나마 개인 카페들이 비중을 차지하던 커피 배달 시장도 끝났다. 장사를 접고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네이버카페 몇 곳에서는 하루새 카페 양도를 홍보하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업계 관계자는 “극단적 소비 양극화로 저렴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먹거나 아예 편안한 공간에서 커피를 즐기는 고급 브랜드 커피에만 고객이 몰리면서 평범한 개인 카페는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커피숍으로 분류된 휴게음식점 중 폐업한 곳은 1만2417개다. 월평균 1034곳, 일평균 34곳의 카페가 문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7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32)는 최근 매장 양도자를 찾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2시 기준 매장을 방문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올 초 커피 가격을 올렸는데 이후 가게를 찾는 고객이 크게 줄었다. 주변에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만 해도 세 곳이 있어 손님들이 죄다 주변의 저가 카페로 옮겨갔다. 김씨는 ”그나마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원두 값 인상에 대한 체감이 덜하지만 우리 같은 개인 카페들은 원자재 값 등락에 따른 부침이 크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게를 넘겨 투자금이라도 회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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