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미 역대 최고치를 여러번 경신한 금 가격이 연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분위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6일 국제 선물시장에서 금선물 근월물은 트로이온스당 2349.10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340달러선을 넘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올초 2070달러 초반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약 13% 이상 뛰었다. 금값은 지난달 말 2200달러를 넘긴 이래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 관련 국내외 ETF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선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주요 ETF들이 나란히 상장이래 신고가를 경신했다. 아이셰어즈 골드트러스트(IAU)는 1.69% 오른 43.9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ETF는 올들어 이날까지 수익률이 14.69% 올랐다. SPDR 골드트러스트(GLD)와 abrdn 피지컬 골드쉐어즈(SGOL)은 같은 기간 각각 수익률이 14.54%, 14.78%였다.
금 채굴 ETF도 덩달아 수익률이 올랐다. 아이셰어즈 MSCI 글로벌 골드마이너스(RING)는 지난 한달간 수익률이 18.35%에 달한다. 이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금 채굴 지수를 추종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각국 금 채굴 업체에 분산투자하는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GDX)는 같은 기간 수익률 18.07%를 내고 있다.
국내 상장 ETF 중에선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의 지난 한달간 수익률이 24.17%에 달한다. SOL 반도체후공정 ETF에 이어 국내 상장 ETF 중 지난 한달간 수익률이 두번째로 높은 ETF다. 같은 기간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는 18.04%, ACE KRX금현물은 12.90% 수익률을 냈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한동안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전망이 가격을 떠받친다는 분석이다. 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내리면 금에 투자하는 기회비용이 낮아진다. 통화량이 기존보다 많아지면 달러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상대적으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투자 매력이 커진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사재기’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 고조 등 안전자산 수요도 금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16개월 연속 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2월엔 금 보유량을 12t가량 늘렸다. 인베스팅닷컴은 “작년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 규모는 총 1037t로 500t을 전후했던 예년 평균의 두배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행)은 올해 '금 랠리'가 이어져 2025년 3월엔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에 도달할 것이란 예상을 최근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24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최근 금 가격 급등세가 장기간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성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계속 미뤄지고 있고, 지난 2월 각국 중앙은행 금 매입이 지난해 월 평균치에 비해 적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금 가격 급등세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1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단기 실질금리를 떨어뜨린 것이 원인일 수 있다"며 "단기 실질금리 하락이 금 가격의 급등 원인이라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인플레 위험을 단기 금리 상승으로 반영하는 시점이 금 가격의 고점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