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이틀 앞둔 가운데 여야가 특정 물품의 투표장 반입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대파’ ‘법인카드’ 등 상대 당을 저격하기 위한 상징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방을 이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 물품이 정치적 의사 표현의 도구로 사용될 경우 반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인천 계양을 유세에서 “(윤석열 정부가) ‘입틀막’(입을 틀어막다)을 넘어 투표소에 대파를 들고 가지 말라는 ‘파틀막’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음속에 대파를 품고 투표했다. 대파 혁명”이라고 적었다.
야권의 이 같은 공세는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한 발언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야권은 “대통령이 물가도 모른다”며 공세를 이어왔고, 이 대표는 전날 유세 현장에서 대파가 붙은 헬멧을 착용하기도 했다. 이에 선관위는 사전투표 기간에 유권자 안내 지침을 통해 대파 반입을 금지했다. “특정 물품을 본래 용도를 벗어나 정치적 의사 표현의 도구 등으로 사용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일부 야권 지지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겨냥, ‘디올(dior)’이라는 명품 업체 이름을 적은 종이 쇼핑백을 들고 사전투표하는 인증 사진 등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맞불을 놨다. 당 차원에서 선관위에 ‘투표소 입장 시 일제 샴푸, 초밥 도시락, 법인카드, 형수 욕설 녹음기, 위조된 표창장 등을 지참할 수 있느냐’고 질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부산 유세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측에서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 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계속 희화화하고 있다”며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를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재직 시절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일제 샴푸를 구입했다’는 한 공익제보자의 주장을 상기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위조 표창장’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선거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소지하고 출입하려는 경우 해당 물품을 투표소 밖에 두고 투표소에 출입하도록 안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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