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팬카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금칙어'가 됐다. 문 전 대통령이 대놓고 조 대표를 응원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 대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이 대표의 '몰빵론'(지역구 민주당·비례대표 더불어민주연합)과 상반됐다면서 공분이 쏟아졌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과열되면서 이 대표 팬카페 운영진은 '조국'을 아예 언급 금지로 하는가 하면, 문 전 대통령이 언급된 게시물을 삭제 조치하면서 논란을 차단하는 분위기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운영진은 최근 오는 10일까지 '조국 언급 금지령'을 내렸다. 운영진은 "우리를 위해 대표님이 꼭 필요하다. 명운이 걸린 총선 코앞에서 카페 흐름이 심상치 않다"며 "분란이 지속되어 (조 대표에 대한) 언급을 일체 금지하겠다. 다른 단어, 문장으로 돌려서 표현하더라도 동일하게 조치된다. 발견 시 무통보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지민비조(지역구 민주당·비례대표 조국혁신당)을 언급하는가 하는 등 분열과 분쟁이 이어지는 탓에 내린 결정이었다. 조국혁신당이 일부 비례대표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까지 나오면서 이 대표 지지자들은 조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는 분위기였다. 한국갤럽은 3월 4주차 여론조사 리포트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3월 5일 총선 연대를 공식화하여, 조국혁신당은 제3지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연대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지닌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핵심 지지 기반을 공유하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셋 중 한 명은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으로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기름을 부은 격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1일 처음 '낙동강벨트' 민주당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선 문 전 대통령은 2일 "민주당이 중심이 되겠지만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권 정당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5일 그는 사전 투표장에 나서면서 조국혁신당 약진과 관련해 "이번 선거 이후에 혁신당이 좀 더 대중적인 정당으로 잘 성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일종의 '총선 후 주도권 싸움'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제발 가만히 계셔라", "더불어민주연합 지지 호소는 왜 안 하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최근에는 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되자 이제는 이 대표 팬카페 차원에서 문 전 대통령마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아직 총선이 끝나지 않았는데 내부서부터 분열될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지지자는 팬카페에 "언제부터 문재인이 카페 금칙어가 된 것이냐"며 "뉴스 기사 나와서 쓰려니 문재인이 금칙어네요? 바로 삭제되서 휴지통으로 갔다. 비방도 아니고 단순히 네이버 뉴스 기사 링크만 걸려고 했는데 말이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카페가 왜 이렇게 돼가나. 이제는 입틀막(입을 틀어막음) 카페냐"고 운영진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에 다른 지지자들은 "10일까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말고 일단 총선 승리에 몰두하자" 등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무조건 막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여기도 입틀막 커뮤니티 됐다고 소문 다 났다" 등 비판도 나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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