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결방된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이 선거가 끝난 후 정상 방송된다.
8일 MBC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지난 7일 결방된 '복면가왕'은 오는 14일 정상 방송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방 이유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대로 제작 일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복면가왕'은 본래 지난 7일 9주년 특집 방송을 준비했다. 방송 9주년을 맞아 '은하철도 999' 등 9를 강조한 선곡과 연출로 꾸며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 방송에서도 '출9(구) 없는 매력의 대결!' 등 9를 강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총선을 앞두고 책잡힐 수 있으니 빌미를 주지 말자"는 판단이 있어 방송이 미뤄졌다는 말이 나왔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기호가 9번이라 총선을 사흘 앞두고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
MBC는 앞서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에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최젓값을 강조하며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썼다. 일각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당색과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일었고, 방송통신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의 갑작스러운 결방에 정치권에서도 각종 반응이 터져 나왔다.
조국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유세 도중 기자들로부터 '조국혁신당이 기호 9번인데 결방 결정과 관련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지난 2년간 온갖 행태 속에서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된 데 분노를 갖게 됐는데, 그런 행태가 오늘 또 하나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복면가왕 9주년의 9자가 조국혁신당 9를 상징해서 그만둬야 한다면, KBS 9시 뉴스도 끝내야 한다"며 "KBS 9시 뉴스 초기 화면 색깔은 조국혁신당의 푸른색과 같다. 그것도 결방시켜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이날 경기 하남갑 지원 유세에서 "참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었다"며 "1주년, 2주년 이런 것도 하면 안 된다. 아니 2주년 없는 것 만들어서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김시관 선대위 공보단 대변인은 "국민의미래는 '복면가왕' 9주년과 조국혁신당 9번이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야당과 짜고 친다'는 정치권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당장 '복면가왕'을 방영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MBC 노동조합(3노조)도 성명을 통해 "'복면가왕' 9주년이 조국혁신당 기호 9번과 겹쳐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조용히 어떤 이유도 대지 않고 방송을 순연하면 된다"며 "그런데 이런 내용이 한 매체 단독 기사로 투표 사흘 전 나와 조국혁신당을 홍보해주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이쯤 되면 공영방송 MBC 경영진이 '복면가왕' 순연 이슈를 가지고 선거판에 개입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낳았다"며 "도대체 왜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이 나서서 특정 정당의 홍보를 하려고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복면가왕' 측은 정치적인 해석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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