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8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반도체·철강에 이어 2차전지 자동화 솔루션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초고압전력설비 예방진단 솔루션 등 ‘신사업 날개’를 달고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겠습니다.”
김창수 이삭엔지니어링 대표(1968년생)는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영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회사는 제조 자동화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SK하이닉스의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 현대제철의 연주설비자동제어 시스템 등 주요 산업 대기업과 1200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마트 팩토리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고객의 스마트공정 효율을 실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스마트솔루션, 디지털 기술 기반 컨설팅과 고객 맞춤형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전자, 삼성E&A 등 100여개 기업과 거래한다. 김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2021년 4월 코스닥 상장 후 처음이다.
이삭엔지니어링의 본사는 경기도 군포시 군포첨단산업1로 15에 있다. 3층 건물인데 스마트 팩토리 사업부, 프로세스 오토메이션 사업부, 설계부, 경영지원부 등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업 분야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전기전자부품,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등이고 총 직원 154명 중 엔지니어가 75%다. 전국 사업소는 화성, 이천, 청주, 광양 4곳이 있다.
지멘스 떠난 ‘독수리 5형제’ … 1억 첫 계약에 삼겹살 파티
이삭엔지니어링은 일반 회사와 다르게 창업자만 5명이다. 특이한 건 각각 지분 11.28%씩 보유해 공동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 창업 스토리를 물었다. 그는 “지멘스코리아에서 필드 엔지니어와 영업 담당을 하던 5명이 힘을 모아 2005년 8월 사업을 시작했다”며 “퇴직금 중 생계 비용을 제외하고 1인당 2500만원씩 자본금을 출자해 회사를 세웠다”고 답했다. 2006년 11월에 이삭엔지니어링을 설립했고, 2007년 1월 법인사업자로 전환했다.
이같은 결정에 지인들은 김 대표, 김범수 대표, 이명섭 부사장(CTO), 임규선 부사장(기술지원본부장), 이광용 부사장(PA사업본부장)을 ‘독수리 5형제’라고 별명을 지어줬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피 한 방울도 안 섞였는데 무모한 도전 아니냐. 도박인 것 같다’는 걱정 섞인 우려를 많이 전달했다.
하지만 5명은 지멘스코리아에 근무하면서 ‘대한민국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이 뛰어난데 굳이 외국 엔지니어들을 비싸게 고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또 1997년 IMF 사태 이후 삼성·LG·한화 등 대기업들이 자동화 사업부 구조조정을 해 시장 경쟁자가 줄어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적정선의 비용으로 제조현장 자동화를 위해 뜻을 모은 것이다.
글로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지 못하는 생활을 지속하다 2007년 현대제철에서 1억원가량의 수주를 따냈을 땐 모두가 감격해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삼겹살 파티와 소주 한 잔을 하며 ‘자신들의 결정이 맞았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가장 궁금한 건 수익 분배다. 김 대표는 “지분이 공평한 만큼 월급은 모두 똑같이 받고 있다”며 “맡은 업무에 따라 법인 카드 사용액만 다를 뿐, 처우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또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같이 논의하고,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기에 갈등보다 시너지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5명이기에 자동적으로 내부 견제가 돼 더 투명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말도 전했다.
김창수 대표 “신사업 세 개의 화살 쏜다” … 2년 연속 매출 1000억 도전
지난해 매출 ‘1000억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는데, 올해 각오는 어떨까. 김 대표는 “지난해 덩치는 커졌지만 전방산업 둔화로 영업이익이 1억원에 그쳤다”며 “수익성이 좋은 엔지니어링 실적을 끌어올리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에도 왜 영업이익은 줄었을까. 마진이 높지 않은 2차전지 자재 공급이 실적 비중에서 높아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장 자동화 사업 영토를 넓혀 간다. 반도체·철강에 국한되지 않고, 기술 고도화를 통해 자동차, 2차전지, 해외 플랜트 등으로 확대한다. 김 대표는 “올해 2차전지 회사들이 공장 건설단계를 지나 상업 생산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서 공장 본격 가동 시 자동화 엔지니어링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 조립라인 자동화 시장에도 진출 준비를 하고 있어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신사업 분야의 경우 세 개의 화살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 디지털 솔루션(디지털 트윈, 디지털 제조).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이 사업은 대기업 진출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는 설계 엔지니어들이 공장 레이아웃과 장비들을 배치할 때 노하우를 활용했음에도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디지털 트윈은 오프라인 공장을 짓는 것처럼 온라인에 먼저 상황을 그려본다. 온라인에서 공장을 짓고 로봇팔도 움직이고, 물류도 이송하며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삭엔지니어링은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으로 대기업 상대 POC(기술 검증)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실적은 미미하지만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많아질 수록 매출이 뒷받침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둘째, 산업용 IoT(사물인터넷) 및 빅데이터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대전환). AI를 이용한 교통량 분석부터 해상풍력발전의 전력생산 최적화 제어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술 접목을 시도 중인데, 머지않은 시기에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셋째, 초고압전력설비 예방진단 사업. 전력산업 효율화가 글로벌 이슈가 된 상황이라 관련 투자 증가 시 수혜를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국전력과 초고압 전력설비 예방진단 솔루션 라이선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6월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전소 종합 예방진단 시스템의 경우 센서를 통한 상태 정보와 시스템의 종합정보 분석으로 24시간 설비상태를 판정하고 사전에 고장을 예방한다. 올해 시장 진입 성공 시 내년 주력 매출처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세 개의 화살’이 적중한다면 신사업에서 15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퀀텀점프를 한다는 구상이다. 매출 1500억원, 영업이익률 14%(171억원)를 바라본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팩토리와 IoT 사업은 시장 개화가 늦어지며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AI가 확산되며 자동화 시스템의 고도화 트렌드가 전방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상품(자재) 매출보다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영역의 중요도가 높아지며 이삭엔지니어링에게 유리한 영업 환경이 조성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매출 850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전망했다.
총 주식 수는 828만8520주다. 최대주주는 김 대표 포함 창업자 5인이 지분 56.42%를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4.13%로 유통 물량은 약 40%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53억원, 부동산 자산 94억원이다. 부채비율은 56.68%에 그친다.
올 들어 주가는 42.08% 올랐다. 그럼에도 상장일 고가(2021년 4월 21일 2만9600원)와 비교하면 3년 만에 58.48% 폭락했다. 주가 부양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상장 4년차를 맞아 주주들과 약속한 사업 계획을 하나하나 추진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주주들을 위한 최대의 보답은 매출 성장과 더불어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무상증자 같은 단기 부양책은 우선순위가 아니고, 이익이 쌓이면 배당금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삭엔지니어링은 2021년 매출 430억원, 영업손실 34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005억원, 영업이익 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꾸준한 이익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 대표는 “제조산업은 공장이 건설되는 한 먹거리가 항상 있다”며 “기술 고도화에 대한 투자와 고급 엔지니어 확보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시가총액은 1019억원에 그친다. 큰손들의 진입이 쉽지 않아 변동성에 취약하다.
어떤 회사로 인정받고 싶을까. 김 대표는 “인력이 투입돼서 공정에 대한 것을 자동화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AI가 접목돼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며 “공장 자동화 회사보다 OT(운영기술)를 기반으로 한 IT 기술 융합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일반 사원에서 ‘120억원 주식 부자’로 거듭난 김 대표에게 청춘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삼성과 현대가 그룹을 일궈온 시대와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며 “자기만의 통찰력이 있고 기술과 기획력이 뒷받침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또 “무슨 분야든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며 “‘나는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 사고 방식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급사인 이삭엔지니어링은 반도체·철강·2차전지 등 굵직한 산업에 다양하게 진출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롯데칠성·한국전력공사 등 우수한 고객을 확보했다”며 “올해 전력기기 신규 프로젝트에서 실적 기대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예상보다 실적이 빠르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고, 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건 숙제다”고 조언했다.
'1400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기사를 매번 빠르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군포=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