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8일 13: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시큐레터 8개월만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기술특례 상장제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시큐레터가 매출 인식 시점을 앞당겨 잡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파두 사태’ 이후 금감원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매출인식을 엄밀하게 검사하는 만큼 향후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상장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임차성 시큐레터 대표는 8일 성남시 수정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출 인식에 대한 차이로 금감원의 조사가 들어오면서 기간 내에 감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현재 포렌식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끝내 숫자를 확정한 뒤 거래를 재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시큐레터가 매출을 앞당겨 잡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시큐레터는 상품을 협력업체(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시큐레터의 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주로 영업인력이 부족한 기업이 이용한다.
금감원은 시큐레터의 매출 인식 시점을 문제 삼았다. 예를 들어 시큐레터가 2월에 협력업체에 상품을 납품하고, 파트너사가 3월 31일에 최종 사용자에게 상품을 전달했다면 시큐레터는 2월에 매출이 발생했다고 기재했다.
금감원은 시큐레터의 상품이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3월 31일에 매출을 인식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인정한다면 협력업체와 담합해 연말에 집중적으로 매출을 잡는 ‘밀어내기 매출’로 수익을 과대 계상할 수 있다. 수익 인식 시점을 앞당겨 매출액을 부풀리는 방식은 회계부정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 중 하나다. 전 회계감사인인 서현회계법인 등도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지난 1월 18일 재무제표 심사를 시작한 뒤 2주만인 2월 6일 시큐레터에 감리 전환을 통보했다. 중대 위반혐의 적발 시 감리로 전환된다. 통상 감리 결정까지 3개월 이상 걸리지만, 시큐레터의 경우 ‘파두 사태’의 영향으로 2주 만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큐레터는 현재 법무법인 화우의 감독 하에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시큐레터는 포렌식이 완료된 뒤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3개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적절하다는 의견이 필요하다. 거래재개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소액주주들의 고성이 오갔다. 시큐레터는 공모가 1만2000원에 상장한 뒤 거래정지가 되기 전 6550원까지 하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뿐 아니라 심사를 승인한 한국거래소, 금감원 등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