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당 관련 인사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증인신문 질문 내용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제보자인 전 경기도청 공무원 조명현씨는 법정에서 "전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한테 업무 지시를 받고 피고인에게 음식 배달 등을 했다"고 증언했다.
8일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의 공판기일에서 조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조씨가 김씨의 공범이자 사적수행비서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배씨의 지시를 받아 김씨의 수내동 자택에 음식 배달 업무 등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배씨는 이 사건 관련 김씨보다 먼저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조씨는 '경기도청에서 업무를 한 직후 샌드위치 세트와 과일, 세탁물 등을 이재명 대표의 수내동 자택에 가져다 놓는 업무를 한 게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고 답변했다.
또 배씨가 '사모님 내일 샌드위치 또 시켜달라니 오전에 샌드위치 얘기해줘요', '사모님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어' 등 발언을 한 텔레그램 내용과 통화녹취 내용 등을 제시하며 "피고인이 직접 배씨에게 음식 배달을 지시하고, 배씨가 이를 전달받아 증인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한거냐"고 묻는 검사에게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도지사 자택에 음식물 배달했다는 것을 계속 묻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과 무슨 인과관계가 있느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검찰은 "피고인은 이 사건 혐의 관련 배씨가 자신 모르게 음식 대금을 결제했다고 하고 있다"며 "평소 피고인과 배씨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 실제 배씨가 김씨 모르게 결제할 수 있었는지 등을 따져봐야하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이렇게 여러 가지를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조씨가 음식물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비용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도 물었다. 조씨는 "장부를 작성하거나 해 법인카드로 계산했다"며 "또 배씨가 일부 주문을 해놓으면 제가 가서 개인 카드로 일단 결제를 한 뒤 점심시간 등 법인카드 결제가 가능할 때 바꿔서 결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인카드 사용은 배씨의 지시를 받아서 했다면서 "한 종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씨가 법인카드를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은 오전 일정만 진행되며 검찰 측 주신문 일부만 이뤄졌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22일과 다음 달 2일에도 조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계속할 예정이다.
김씨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오늘 증인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모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검사와 증인이 법정 증언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 또는 선거운동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한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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