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매출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1.9% 뛰었다. 작년 매출이 0.4%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반전이다. 대형마트 이마트 역시 지난해 2.1% 감소한 매출이 올 1분기엔 2.3% 늘었다. 대용량 고기, 수산물 같은 신선식품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선 “식품에 강점이 있는 이마트가 외식물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식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수요가 대형마트,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식자재를 구매해 집에서 요리하거나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간단히 차려 먹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구내식당에도 사람이 몰리면서 관련 기업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G마켓에선 올 들어 신선식품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신선식품 중에서도 1분기 매출 증가율이 가장 컸던 품목은 버섯과 나물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22%나 늘어났다. 생닭(18%)과 가공육(17%) 판매액도 증가했다. 버섯 나물 고기는 조리해 먹어야 하는 품목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식품관(식당을 제외한 슈퍼마켓 부문) 1분기 매출이 18.9% 증가했다. 고급 식자재를 주로 판매하는 백화점 식품관의 매출 증가는 소득 수준이 높은 소비자도 ‘집밥’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온라인몰 마켓컬리에선 간편식 밀키트 매출이 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컬리 관계자는 “전주 베테랑칼국수, 이연복의 목란짬뽕 같은 양이 푸짐하면서 가격은 합리적인 밀키트가 많이 팔렸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의 간편식 브랜드 그리팅의 매출 역시 23% 증가했다.
기업 등의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업체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외식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의 식당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물산의 웰스토리, CJ의 프레시웨이, 현대백화점의 그린푸드 등은 지난해 매출이 약 10% 증가했다.
음식배달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음식배달 시장은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역성장했는데, 그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작년 12월 2조3812억원에서 올 1월 2조2152억원으로 줄었고, 2월엔 2조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재료비와 인건비, 배달비 등이 크게 오르자 점주들이 음식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3월 국내 외식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을 웃돌았다. 비빔밥 떡볶이 김밥 냉면 등 서민이 즐겨 먹는 음식이 일제히 전년 동월 대비 5% 이상 올랐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음식배달업체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무료배달을 확대한 것도 소비자 이용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재광/송영찬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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