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 식은 막걸리 열풍…탁주 '빅3' 실적 내리막

입력 2024-04-08 18:03   수정 2024-04-16 15:36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홈술·혼술 트렌드를 타고 고공 행진하던 막걸리 시장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던 Z세대의 음주 취향이 위스키 등으로 옮겨가면서 찾는 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 주요 탁주업체는 급격한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해 매출 705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51.2% 감소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국내 매출과 수출 감소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막걸리 시장 정체로 하락세를 보이던 국순당 실적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급반등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청주 탁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한 데다 K컬처 붐을 타고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2020년 79억원이던 국순당 수출액은 2022년 137억원으로 2년 새 70%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상황이 반전했다. 국내에선 홈술·혼술족이 위스키와 하이볼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가 줄었고, 해외에서도 주 타깃층인 젊은 여성 소비자가 과일 리큐르(주정에 과실이나 과즙 성분을 넣은 혼성주)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1만5396t으로 정점을 찍었던 탁주 수출량은 지난해 1만3982t으로 10% 가까이 줄었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전체 수출 물량은 줄어드는데 탁주업체들이 국내 시장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너도나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다 보니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량 1위인 ‘장수 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장수는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4% 줄었고, 같은 기간 지평주조의 영업이익도 40% 넘게 급감했다. 지평주조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막걸리 수요 감소와 수출용 제품 개발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탁주업체들은 줄어드는 젊은 소비자를 다시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장수는 올초 믹솔로지(여러 종류의 술과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 트렌드를 겨냥해 하이볼 콘셉트의 신제품 얼그레이주를 내놨고, 국순당은 과일막걸리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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