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맞춤 '전기차 승부수'…현지서 배터리 조달

입력 2024-04-08 18:27   수정 2024-04-16 15:34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도 맞춤형 전기차’에 현지 기업이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넣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기지이자 차세대 전략 시장인 인도에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까지 현지 조달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현지화로 가격을 낮춰 테슬라 BYD 도요타 등 인도 공략에 나선 라이벌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계획이다.

“현지 배터리 생산체계 선점”
현대차와 기아는 8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인도 배터리 기업 엑사이드에너지와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향후 인도에서 생산할 전기차에 엑사이드에너지의 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도 이 회사로부터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공급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엑사이드에너지는 인도 납축전지 1위 업체 엑사이드의 자회사다. 75년 역사의 엑사이드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2022년 설립했다. 이르면 올 연말 선행 양산에 들어간다. 인도에 공장 세 곳을 둔 현대차와 기아가 배터리까지 현지에서 조달하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도의 1호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물량을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엑사이드에너지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판매되면 인도 배터리를 적용한 첫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완성차 시장(2023년 410만 대)으로 떠오른 인도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눈독 들이는 나라다. 일본 도요타는 작년 말 약 6000억원을 들여 인도에 세 번째 공장을 짓기로 했고, 테슬라도 인도에 기가팩토리를 지을 부지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도에서 85만 대를 판매해 마루티스즈키(206만 대)에 이어 ‘넘버2’에 오른 현대차그룹은 2032년까지 인도에 약 5조2000억원을 투입해 한 발 더 치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 시장에 투입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차 해외 자회사 중 최초로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도 검토하고 있다. 성장세가 꺾인 중국과 러시아 대신 인도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K배터리엔 먹구름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현지 조달은 국내 배터리업계엔 악재가 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등 주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와 함께 진출했다. 인도는 이런 공식을 깬 첫 사례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가 인도·아세안 시장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 데 이어 이르면 올 하반기 인도에 내놓을 현지 생산 전기차 ‘크레타EV’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넣기로 했다.

하지만 엑사이드에너지가 배터리 양산에 나서면서 향후 생산될 인도 전략 신차에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들어갈 가능성이 낮아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인도에 판매법인을 세우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섰는데 아쉬운 일”이라며 “K배터리 업체들이 LFP 배터리 라인업 부재에 또 한 번 발목이 잡혔다”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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