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후보들이 쏟아내는 전화·문자 폭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는 유달리 문자·전화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론조사 난립과 이에 따른 ‘덤핑마케팅’이 전화·문자 메시지 급증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막판이 다가올수록 선거 전화 공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마지막 한 표라도 얻으려는 후보자들이 횟수 제한이 없는 투표 독려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투표일 당일까지 이어지는 비공개 여론조사도 ‘전화 공해’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투표일 1주일 전부터는 여론조사를 공표하지 못하지만 후보별, 정당별로 접전지 비공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직장인 김정원 씨(41)는 지난 6~7일 주말 동안 같은 번호의 여론조사 전화를 13통 받았다. 그는 “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똑같은 전화가 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정당의 한 당직자는 “공표 기간이 끝났지만, 판세 분석을 위해 지역구, 날짜별로 여론조사를 여러 건 돌리고 있다”며 “선거 막판까지 어디에 유세를 집중할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투표 독려·여론조사 전화를 받자마자 끊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꼼수’를 동원하는 후보자도 적지 않다. 서울 지역구의 한 후보자는 투표 독려 전화 멘트를 ‘여보세요’로 한 뒤 약 2초 후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경기도 지역구의 한 후보는 ‘031’ 일반 번호가 스팸으로 신고되자,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010’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다 보니 통신사별 여론조사 연락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이 온라인에 공유될 정도다. 이 경우에도 후보자의 투표 독려 전화는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선거 홍보전이 ‘공해’로까지 여겨지는 만큼 최소한의 규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어떤 유권자에겐 선거보다 편안한 삶을 살 권리가 중요할 수 있다”며 “무분별한 홍보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철오/안정훈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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