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근처 대형 카페들은 낮 시간대면 자리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점심시간 커피 한잔을 먹으려는 직장인들부터 각종 미팅 장소로 고르는 수요가 겹치기 때문이다. 서울 시청은 설계 구조상 장소가 비좁아 회의실은커녕 사무실도 부족해 주변 건물을 임대해 쓰는 현실이다. 이 시장을 공략한 이가 있다. 1인당 4000원 가격을 내면 1시간 동안 공유 회의실을 쓸 수 있다. 최대 100명 이상 동시에 회의도 가능하다. 회전율로 따져보면 수익률이 웬만한 카페보다 높다. 150평 공간을 1~2명이 관리하다 보니 인건비는 10분의 1도 안된다. 2019년부터 공유 공간 '상연재'를 운영하고 있는 정성은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공유공간 상연재를 운영하고 있는 정성은(이도플래닝 대표) 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었습니다.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6년 정도 일했었죠. 연구뿐만 아니라 회사 홍보 차원에서 국제회의나 콘퍼런스에 참가를 많이 했어요. 행사도 다녀보고, 직접 진행도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이스 분야에 관심이 커졌죠. 직접 이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에 지금까지 쌓아왔던 경력을 완전히 바꾸고 뛰어들었죠. 벌써 14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웃음)"
Q. 공유 회의 공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마이스(MICE)는 미팅, 보상 여행, 컨벤션, 전시사업을 말해요. 보통 기관 행사나 세미나 강연을 맡고 있는데, 이러한 행사를 진행할 만한 곳이 서울에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주로 코엑스나 세텍, 킨텍스와 같은 컨벤션이나 호텔을 빌려야 하죠. 예약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비용도 비싸죠. 작은 업체들에는 부담이 크죠. 매번 돈을 주고 공간을 빌릴 바에는 이참에 우리가 쓸 공간을 직접 찾아서 진행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의 공간 사업으로 확장하게 됐죠."
Q. 경쟁자가 카페라고요.
"회의를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작은 미팅들은 보통 역 근처 카페에서 하잖아요. 스타벅스나 10인 미만이 들어갈 수 있는 독서실 형태의 협소한 공간이 전부죠. 전문적으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장비가 없어 불편하기도 하죠. 이 시장에 수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게 1인당 커피 한 잔 값으로 공간을 빌려주면 통하겠다고 생각해 2019년 시청역 점을 열었죠."
Q. 공간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겠습니다.
"2가지를 주목했습니다. 첫째는 역세권이어야 할 것, 두 번째는 공간이 넓어야 할 것이었죠. 1호점은 시청역 3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2층 공간입니다. 규모는 150평(약 495㎡)이죠. 기존에는 변호사 사무실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변호사마다 방이 나뉘어 있었던 오피스 형태 구조였죠. 구획으로 나뉜 곳들을 합치면 10~20명 회의실이 많이 나오겠더라고요. 인테리어 비용을 낮출 수 있었죠. 제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Q. 홍보나 마케팅이 관건이었겠습니다.
"별다른 홍보에 큰 비용을 쓰지 않았습니다. (웃음) 물론 초기에 공간을 대여해주는 플랫폼에 입주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수수료가 비쌉니다. 사업 초기에는 관련 플랫폼도 없어 자체 예약 시스템을 개발했죠. 한번 공간을 쓰셨던 분들의 입소문만으로 안착했어요. '여기서 만나면 회의도 할 수 있고 음료도 무료다'라는 식이었죠. 재방문율이 굉장히 높죠. "
Q. 타깃층이 어떤가요.
"처음부터 회의 수요층을 공무원들로 정했어요. 처음부터 시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위치하는 공간에 지점을 연 이유죠. 서울 공공기관들을 보면 회의는 많은데 회의실이 굉장히 부족하고 규모가 좁아요. 서울시청의 경우도 자체 공무원뿐 아니라 산하기관의 협력 기관들, 민원인들의 회의를 주변 카페에서 하곤 했죠. 그 수요를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Q. 곧바로 서울역점을 내셨습니다.
"시청점의 이용 고객의 데이터를 보니, 공무원뿐 아니라 중앙 부처나 지방 공기업에서 올라오는 수요가 있더군요. 대부분 KTX를 타고 시청역으로 환승해서 와야 했죠. 이번에는 '전국에서 모일 수 있는 서울역을 공략하자'는 생각에 확장했습니다. 당시 이미 비슷한 업체가 있었어요. 하지만 50명 이상, 많게는 100명 가까이 모일 수 있는 곳은 부족했죠. 시청점보다 큰 180평(595㎡)에 공간 구조를 가변형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지금은 서울역점이 이용률이나 매출면에서 훨씬 높습니다. (웃음)"
Q.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요.
"공유 회의실을 구상할 때 카페를 경쟁상대로 봤어요. 수요 대비 적정 비용을 생각했을 때 1시간에 커피값 이상을 받는 것은 부담이 크겠다고 생각했죠. 1인당 1시간에 4000원 정도로 책정하게 됐죠."
Q. 천 원대 금액으로 사업 유지가 되나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20인 룸을 빌릴 경우 1시간당 커피를 20잔 파는 것이죠. 이 공간에서 2시간 회의할 경우 40잔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죠. 최대 100인 룸으로 4시간을 빌린다고 하면 4시간 동안 커피를 400잔 판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간 대비 수익성 계산이 가능합니다. 예약 점유율이 30%만 돼도 운영이 충분합니다. 일반 커피숍과 비교했을 때 수익률 높은 데다, 시간당 100잔을 판다고 생각하면, 1분당 1잔꼴로 만드는 카페와 비교해봐도 회전율로 따져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죠."
Q. 자본이 많이 필요하겠습니다.
"초기 창업 비용은 인테리어 비용의 경우 평당 350만원이니 100평 정도면 약 3억5000만원에 보증금 정도 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차 공간 확보입니다. 임대 건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도심의 경우 1시간은 무료 이후에는 주차비를 받는 구조입니다. 인근 빌딩의 공용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죠."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월평균 지점당 6천~8천만원정도 나옵니다. 매상은 직장인들의 스케줄에 따라갑니다. 도심 오피스 근처 커피숍들처럼 평일 낮시간이 가장 바쁘죠. 대부분 법인카드 매출로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예약률이 높습니다. 그마저 2~3주 전에 예약해야만 이용이 가능할 정도죠. 주말이나 밤에는 운영하지 않거나 특별한 예약이 들어올 때만 문을 엽니다. 오히려 주휴수당을 줄일 수 있어 인건비도 적게 들어가죠. 한 개 지점당 1~2명을 교대로 일합니다. 최소 인원으로도 150평 운영이 가능하니 효율적이죠. 매달 들어가는 비용은 임대료, 월 관리비, 커피나 음료와 같은 부자재밖에 없어요.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유지관리 비용이 낮은 것이 장점이죠."
Q. 앞으로 사업 확장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시나요.
"최근 SRT 수서역 근처에 카페가 늘어나고 있더군요. 교통 개발로 인해 미팅 수요가 늘어나고 있죠. 강남과 삼성 수서 주요 광역시에 사업성 검토를 끝냈습니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점포당 2년 내 자금 회수가 목표입니다. 공유 회의실 사업은 지점당 초기 자금이 최대 3~5억까지 들어 개인이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수익을 나누는 형태로 공동 투자를 계획 중입니다."
Q. 만약 2030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실 생각인가요.
"사업을 좀 더 빨리 시작할 것 같아요. 사업가에게는 필요한 것은 자본과 사람입니다. 40대들은 자본과 네트워크가 갖춰져 시장 진입 속도가 빠르겠죠.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을 경우 들어간 자본의 규모가 클수록 재도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2030의 경우 자본은 적지만 대신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있죠. 20대에 사업을 하면서 채용도 해보고, 사업체도 운영하고, 사람도 만나는 경험은 대기업에 취업해 2~3년의 경험보다 값집니다. 최근 스타트업이나 투자가 얼어붙었지만, 경기가 계속 안 좋을 수는 없어요."
Q.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남들보다 사업을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주위의 다양한 사람 덕분에 15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사업이라면,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쭉 써보겠어요. 내가 필요한 것이 사람인지 돈인지 경험인지를요. 목표가 정해졌다면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보고 도전하다 보면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비전과 원하는 것이 확실하고 도전적인 인재라면 언젠가 세상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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