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버러 갤러리는 지난 4일 “올해 6월부터 갤러리를 폐쇄하고 전시와 작가 관련 활동을 모두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1946년 오스트리아 출신인 프랭크 로이드와 해리 피셔가 런던에 설립한 말버러 갤러리는 1950~1960년대 프랜시스 베이컨, 루시안 프로이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다루며 영향력을 넓혔다. 1963년에는 미국 뉴욕 지점까지 열어 세를 넓혔다. “대서양 양쪽(영국과 미국)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라는 게 갤러리에 대한 당시 미술계의 평가였다.
말버러 갤러리의 이번 폐쇄 결정은 갤러리의 소유권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버러 갤러리 관계자는 아트뉴스페이퍼에 “갤러리는 예술가와 갤러리스트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존하는 사업인데, 이사회 시스템을 통해 이를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로 인해 뉴욕, 런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있는 말버러 갤러리 지점은 모두 문을 닫게 됐다. 갤러리는 향후 수년간 재고 매각에 주력할 방침이다. 창고에 있는 작품 가치는 총 2억5000만달러(약 33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를 이어 번성하는 화랑은 많지 않다. 작품을 보는 안목과 사교성 등 갤러리스트의 ‘개인기’, 네트워킹과 노하우 등 암묵지에 의존하는 사업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품을 사거나 미술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는 사업체 상속에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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