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제주나 경남 진해 같은 국내 벚꽃 여행지는 몇 번 가본 적 있어서 가까운 일본으로 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날씨 때문에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못볼까봐 일정을 일부러 길게 잡았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 개선과 엔저(엔화 약세) 현상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벚꽃철을 앞두고 일본행을 택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현지 대도시 호텔은 하룻밤 숙박비가 수백만원까지 치솟는 등 과열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대도시 숙박업소는 대부분 예약 완료되거나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통상 주말 대비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4~5배 수준까지 값이 뛰었다.
유명 숙박 예약플랫폼을 보면 주말 1박 가격이 70만~80만원 안팎(디럭스룸·스탠더드룸 등 일반 객실 기준)인 도쿄의 한 호텔은 비용 130만~180만원을 불렀다. 이마저도 방이 거의 남지 않아 1박에 300만원 이상 호가하는 스위트룸을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지나 인근 대만·중국 등에서도 오지만 특히 한국인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여파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올 2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국적별로 조사한 결과, 외국인 관광객 278만8000명 중 한국인이 81만85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뤄진 2019년 12월 한국인 24만7959명이 일본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달 초 일본 여행을 다녀온 주부 강모 씨(36)는 "주요 일본 관광지 명소나 호텔, 백화점마다 체감상 한국인이 현지인보다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면서 "주변에서도 브랜드 상품이나 명품 등을 쇼핑할 일이 있으면 엔저에 각종 할인 혜택도 많은 일본에 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멀지 않은데 이색적인 분위기도 덤"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국내 여행객은 줄어 제주나 경남 진해 등 각 벚꽃 명소들도 수요가 크게 준 것을 체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 영향과 엔데믹(주기적 유행), 고물가 부담 등이 작용해 해외로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277만7601명(잠정치)으로 300만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00만명 벽이 무너진 후 올해 1월 95만3547명, 2월 90만3856명, 3월 92만198명 등 넉 달 연속 9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월) 310만1100명과 비교하면 10% 넘게 줄어든 숫자다.
제주 벚꽃 명소인 제주시 전농로와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에서 왕벚꽃 축제가 열린 지난달 주말(22~24일) 주말 동안에도 예년보다 관광객 수가 크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제주를 찾은 관광객 주모 씨(38)는 “생각보다 날씨도 춥고 벚꽃이 예상보다 늦게 피는 바람에 꽃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의 '진해군항제'도 예년에 비하면 흥행에 실패했다. 올해 군항제 인파는 지난해 420만명에 비해 120만명(28.5%) 줄어든 약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벚꽃이 늦게 개화한 데다 축제 기간 중 비가 내리는 등 날씨도 도와주지 않은 탓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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