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의 여권으로 신분을 위장해 억대 분양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권영만 전 경인방송 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 전 회장은 수십억원의 사기 혐의로 해외로 도피했다 위장 신분으로 한국으로 들어와 사기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석규 부장검사)는 이날 권 전 회장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권 전 회장은 중국동포 A씨의 위조여권으로 신분을 가장해 피해자들로부터 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권 전 회장은 2000년 48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받고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이듬해 2월 호주로 도피했다. 그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위조여권 브로커를 통해 A씨의 여권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 전 회장은 2010년 8월에 한국에 입국해서 한 소규모 법인을 300만원에 인수했다. 이후 그는 대형 건설사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법인 이름을 바꾼 후 회장 행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회장은 2011년 9월 한 피해자에게 "용인 신갈동 주상복합건물 전기 통신 공사를 발주해주겠다"고 속여 5000만원을 가로챘다. 같은 해 12월에 다른 피해자에게 위조된 신갈동 주상복합건물 계약서를 보여주며 "돈을 주면 분양 대행권을 주겠다"며 3억5000만원을 받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권 전 회장은 이렇게 빼앗은 돈 4억여원을 카지노에서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
권 전 회장은 A씨 신분으로 2012년 중국으로 도피한 뒤, 2014년 9월 본인 신분으로 귀국했다. 그는 2000년에 기소된 불법 대출 사건으로 처벌받은 뒤 건설 브로커로 활동하다 지난해 12월 경인방송 회장에 취임했다.
권 전 회장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A씨 행세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권 전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A씨 명의로 된 계약서 300여장과 여권 사본 등을 입수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체포된 권 전 회장은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비로소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의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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