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혈관 안쪽에 지방 등이 쌓여 좁아지는 동맥경화는 심하면 파열돼 심근경색 등을 일으킨다. 그동안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는 항혈전제·고지혈증 치료제 등 약물로 치료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환자에게 약물치료와 함께 스텐트 시술을 하면 파열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이 8일(현지시간) 미국심장학회에서 동맥경화 환자의 약물치료와 스텐트 시술 효과를 비교하는 세계 첫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교수팀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약물치료 그룹과 약물치료+예방적 스텐트 시술 그룹으로 나눠 최대 7.9년간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약물치료만 한 그룹은 2년 내 사망·심근경색 등이 발생할 위험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함께 받은 그룹보다 8.5배 더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최신임상연구 세션에서 세계 심장의학 전문가 2000여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발표됐다. 의학과학기술 분야 학술지 중 피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란셋(인용지수 168.9)에도 실렸다.
동맥경화의 한 종류인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막의 두께가 얇고 염증이나 지질 성분이 쉽게 쌓여 갑자기 파열할 위험이 높다. 파열되면 혈관 내 혈전이 생겨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어져 돌연사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취약성 동맥경화는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관상동맥조영술이나 초음파, 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로는 발견하기 힘들다.
박덕우 교수는 "취약성 동맥경화에 예방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방지하면 급성 심근경색 및 급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로 2014년 연구를 시작했는데 10년 되는 해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했다.
박승정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효과를 분석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이자,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간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의 차이를 비교한 세계 첫 번째 연구"라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적극적 예방 치료를 시행해 치료 경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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