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이돌들의 ‘벚꽃 컴백’을 시작으로 주요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겨우내 주춤했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통상 앨범 발매가 적은 1분기는 업계의 전통적 비수기로 불린다. 반면 2분기 내엔 에스파·뉴진스·세븐틴 등 인기 아티스트들의 릴레이 신보 발매가 예정돼 있고, 각사 신인들의 활동도 부각되는 추세다. 연초 목표주가가 꺾이며 우울한 분위기였던 엔터주 섹터 투자심리도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는 내달 정규 앨범 컴백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최대 리스크로 꼽히던 멤버 카리나의 공개 열애 여파는 신규 팬덤 유입으로 상쇄 가능한 수준이란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샤이니·레드벨벳·라이즈의 미니 앨범 컴백, 내달 NCT드림의 ‘더 드림 쇼’ 월드투어 모객도 기대 요소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실적 역시 1분기 영업익 244억원으로 연내 최저에 달했다가, 2분기 419억원으로 반등이 전망된다.
YG엔터와 JYP엔터는 신인으로 실적 회복에 나선다. 지난 1일 데뷔한 와이지엔터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데뷔 첫주에 음반 판매량이 40만 장을 넘겼다. 국내 걸그룹 기준 싱글 앨범을 제외한 최대 기록이다. 블랙핑크 개별 멤버 재계약이 불발되며 YG엔터 연간 매출액은 15% 꺾일 전망인데, 실적 방어의 대안으로 꼽힌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동 판매량 과반 이상이 중국과 일본으로, 블랙핑크 의존도 완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JYP엔터는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 ‘넥스지(NEXZ)’를 출격시킨다. 일본 소니뮤직과 합작한 7인조 그룹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만큼 이미 팬덤과 구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라이트 팬덤’과 일본·북미 시장 공략은 새 대안으로 꼽힌다. 라이트 팬덤은 경쟁심리로 1인당 구매 장수가 높은 코어 팬덤과 달리, 음원을 가볍게 소비하는 팬층이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하이브가 특히 해외에서 이런 전략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음원 매출액은 2980억원인데, 86%가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나왔다.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물 앨범 판매가 줄어드는 만큼, 라이트 팬덤의 접근성을 높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공연 활동도 치열하다. JYP엔터 역시도 작년 일본 음반 판매량이 299만 장을 넘겨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2분기부터 현지 활동을 늘려 연간 콘서트 모객(190만 명)의 62%를 일본에서 모은다는 목표다.
투자 업계에서도 팬층 변화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연초 꺾였던 엔터 4사 주가는 최근 한 달간 하이브(+6.65%) SM엔터(+2.77%) 등 일부 회복세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올해 1·3분기를 중심으로 엔터주 연간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유일한 기대가 신보 발매가 늘어날 2분기였다”며 “1분기 실적 불확실성 때문에 매수 시기를 늦춰온 투자자들이 곧 발표될 실적의 ‘바닥’을 확인한 후엔 주가 반등 구간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