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는 ‘육아 세대’가 도쿄를 탈출, 수도권 근교로 이사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집값 급등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여성 취업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우려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일본 경제 과제를 정리한 ‘2023년 미니 백서’에 육아 세대의 ‘도쿄 탈출’ 문제를 담았다. 내각부는 총무성의 인구 이동 자료를 바탕으로 도쿄도와 인근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현의 인구를 분석했다.
사이타마는 도쿄의 서북쪽, 지바와 가나가와는 각각 남동과 남서쪽에 붙어 있는 현이다. 조사 대상은 25~44세의 부모 세대, 0~14세의 자녀 세대다.
조사 결과 2022년 도쿄를 떠나 인근 3개 현으로 전출한 부모 세대는 반대로 전입한 세대보다 약 1만5000명 더 많았다. 마찬가지로 도쿄에서 인근 3개 현으로 전출한 자녀 세대도 전입보다 8000명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육아 세대의 도쿄 탈출은 2019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2021년은 전출이 전입보다 2만5000명 이상 많았다. 도쿄 집값이 비싸지면서 물건 가격이나 임대료가 낮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를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른 시간 제약이다. 내각부는 교외로 이사해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 여성들의 취업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서는 20대 후반~40대 초반인 기혼 여성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15분 길어지면 취업 비율이 5%포인트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담았다.
도쿄에 남을 경우 집값 부담으로 보다 좁은 집에 사는 경향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처음으로 1억엔(약 9억원)을 넘어섰다. 좁은 도심 주택을 살 수밖에 없는 가구는 둘째나 셋째 아이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료도 폭등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도쿄 23구의 임대 아파트 월세는 전년 동월 대비 10% 뛰었다.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도쿄 23구의 패밀리용(50~70㎡) 월세는 전월 대비 0.3% 오른 22만2416엔(약 200만원)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0% 높아졌다. 백서는 “육아 세대가 싸게 빌릴 수 있는 공적 주택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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