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모닝커피를 챙겨마시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해 애용하던 커피 전문점을 저가 커피 브랜드로 바꿨다. 자주 찾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인근에 새로운 저가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면서다. 박 씨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으로 해결할 수 있어 (원래 마시던 브랜드 커피보다) 3000원이나 저렴했다. '카페인 충전용 커피'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저가 커피 전문점이 돋보이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3고(금리·물가·환율) 시대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커피에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브랜드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그 결과, 전체 커피 전문점 시장도 성장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8조5661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11.4% 확대됐다. 이는 같은 기관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외식산업 성장률(8.9%)을 웃도는 성장세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걸그룹 있지(ITZY)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메가커피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사이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메가커피 운영사 앤하우스의 지난해 매출은 3684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급증했고, 영업이익 역시 124% 뛴 694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얼굴을 맡은 컴포즈커피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매출은 20.5% 증가한 889억원, 영업이익은 47% 뛴 367억원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는 "2010년대 중반 스페셜티 커피 열풍이 이끈 한국 카페 시장은 2021년 이후 경제 불황과 고물가로 인한 저가 커피 매장 수요가 그 성장을 이어받았다"고 진단했다.
대형 커피 전문점 역시 매출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간 흐름을 보였다. 우선 국내 매출 1위 스타벅스의 경우 운영사 SCK컴퍼니(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조9295억원으로 전년보다 12.9% 늘었고, 영업이익은 1398억원으로 14.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투썸플레이스의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12%, 19% 늘어난 4801억원, 261억원으로 집계됐다. 할리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30% 증가한 3101억원, 영업이익은 6% 늘어난 120억원을 거뒀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의 커피·음료 점포 수는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2만3235개로 전년 동기보다 1886개(8.8%)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분기 말 1만7637개와 비교하면 5598개(31.7%)나 급증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공격적인 점포 확대와 꾸준한 해외 커피 전문점의 유입으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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