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시작한 의료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이 5000억원을 넘었다"며 "사고는 의사가 치고 뒷감당은 국민 몫인가"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날 '의사 떠난 병원에 건보 뺌빵, 국민이 의사의 봉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2월20일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 파행이 8주차를 맞는 상황에서도 전공의 복귀 등 사태 수습에 소극적인 의료계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낸 것이 골자다.
경실련은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란 점을 지적했다.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1882억원씩 2개월째 이어지는 건강보험 재정 지원과 현장 의료인력 보상과 대체인력 투입비로 활용되는 예비비 1285억원까지 5049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인해 투입됐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진료 현장의 혼란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의 불법행동으로 초래된 만큼 정부는 병원과 의료계에 전공의 복귀 등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자구 노력이 없는 병원에는 건보 재정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병원과 의료계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은 일반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데, 떠난 의료진을 복귀시킬 자구책 없이 희망퇴직 등으로 땜질하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병원 소속의 전공의들의 불법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 일부라도 재정을 지원 받고 있다면, 전공의 복귀에 병원이 누구보다 앞장서는 등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비상진료체계 유지 비용을 왜 국민이 낸 보험료로 부담해야 하는가"라며 "국민은 의사 불법행동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정부의 대화 요청에도 '의대 증원 결정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의료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의사 확충을 위한 의대 증원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으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의사들은 실력행사로 의사 이익에 반하는 정부 정책을 막거나, 원하는 정책을 받아내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실련은 "정부는 매번 의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하지 않고 달래기용 재정지원이나 민원 해소 정책으로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다"며 "근본적 해결 없는 임기응변식 정부 대책이 의료체계를 왜곡하고 의사 집단을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본분도 잊은채 환자를 버리고 떠나는 공룡집단으로 키워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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