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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EU는 중국 풍력 터빈 공급 업체가 받는 보조금을 조사 계획도 발표했다. 유럽이 중국을 적극 견제하며 지난 8일 중국을 겨냥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와 불공정한 교역 행위에 대해 EU 차원에서 강경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오는 14일 중국 방문을 앞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지적했다. 이어 "유럽 기업이 중국 기업과 동일한 시장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값싼 청정에너지 제품을 국제 시장에서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한 발언과 유사하다. 옐런 장관은 인터뷰에서 중국에 "관세를 포함한 어떤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풍력 터빈 공급업체가 받는 보조금을 조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날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반독점 위원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열린 연설에서 "EU 집행위원회가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5개국에서 풍력단지 개발 조건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조사 대상 중국 업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에 유럽을 제치고 최대 풍력 발전 설비 제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풍력 터빈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2022년에는 세계풍력협의회가 선정한 전세계 상위 풍력 발전 기업 15개 중 10개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태양광을 넘어 풍력까지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자 EU는 보조금 조사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베스타게르는 중국의 물량 공세에 경쟁력을 잃은 유럽 태양광 패널 사업을 언급하며 "유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중 3% 미만이 유럽에서 생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태양광 패널에서 일어난 일이 전기차, 풍력, 반도체 등에서 다시 일어나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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