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마케팅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최대주주(61.2%, 작년 말 기준)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최근 모회사로부터 R&D 조직과 자산을 양수했다.
이 같은 변화는 올초 각 자회사에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팀을 신설하면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SK이노베이션은 각 자회사 사장을 TF 책임자로 임명하고, 사업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계열사(경영 참여)는 26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제외한 25개사가 비상장사다. 이 중 주요 자회사는 배터리셀 제조 ‘빅3’인 SK온 등을 포함해 9개사다.
SK인천석유화학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조직 개편은 자회사 독자 생존을 강화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R&D와 영업망을 한 곳에 집중시킴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기존의 대원칙이었다”며 “앞으로는 이 같은 기조를 바꿔 자회사별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지분 매각 등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인천석유화학은 SK그룹의 수소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에서 나온 부생수소는 SK E&S가 구축 중인 액화수소 플랜트의 원료다. SK E&S는 연 3만t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설비를 통해 트럭, 버스 등 대형 모빌리티 시장에 수소 연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2019년 물적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독립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작년까지 SK이노베이션 산하 조직인 환경과학기술원에 R&D를 맡겼다. SK그룹 관계자는 “R&D는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느슨해지기 쉬운 약점을 보완한 체제”라고 설명했다. 분리막 제조의 뿌리가 기존 석유화학 연구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한 R&D 시스템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긴 했지만 인산철 계열의 중저가 LFP 배터리가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R&D 조직을 신설함으로써 분리막 연구에 특화된 조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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