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맞아 10일 전국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따뜻한 봄 날씨 속에 ‘소중한 한 표’ 행사를 일찌감치 마치고 가족과 야외 나들이에 나서면서 전국의 유원지, 야구장 등은 인파로 북적였다.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은 지역을 위한 공약과 정책 대결보다 정쟁만 부각된 이번 선거전에 불만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을 위해 여야가 대립하기보다 뜻을 모으고 타협하는 정치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입장도 극명하게 갈렸다. 김갑진 씨(87)는 “허리 통증이 심한데도 아침부터 서둘렀다”며 “보궐선거 당선 이후 2년간 이재명 대표가 지역구를 위해 한 게 도무지 뭐가 있는지, 화가 나서라도 투표해야겠다고 맘먹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성모씨(51)는 “원래 국민의힘 지지자였지만 이번에 생각을 바꿨다”며 “대파 얘기로 한참 시끄럽고, 서민들은 수입이 줄어 죽겠다고 하는데 대통령과 여당은 전혀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요 격전지에도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동작을 지역구는 1987년 이후 아홉 번의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가 각각 4승, 5승을 나눠 가진 곳이다. 투표소가 마련된 흑석초교엔 온종일 차량이 드나들었다. 전주영 씨(25)는 “여야 모두 동작을 지역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데 정작 주민은 소외된 느낌”이라며 “재개발이 안 된 낙후한 동네가 많은데 그곳을 더 신경 쓰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귀띔했다.
여야의 ‘전략공천’에 불만을 내비치는 시민도 있었다. 흑석동 주민 김모씨(34)는 류삼영 민주당 후보를 가리켜 “본인은 경찰로 오래 근무해 물난리도 잘 대비하겠다고 하는데, 부산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이 이 동네를 얼마나 알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께 대곡초교에서 투표한 정모씨(47)도 “대치동에도 수해가 종종 있고, 노후 아파트 단지 문제도 심각한데 정치 신인인 고동진 후보(국민의힘)가 당선되더라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새로 출범할 22대 국회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기대했다. 자영업자 김종록 씨(67)는 “21대 국회는 특히나 갈등이 심했고, 기득권을 이용해 국민을 기만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며 “새 국회에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국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년퇴직을 앞뒀다는 직장인 정상욱 씨(56)는 “노후 준비가 걱정되는데 그동안 중년의 ‘안전한 노후’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치인은 없어 불만이 많았다”며 “21대 국회는 연금개혁에 소홀했는데, 22대에선 더 생산적 논의가 오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안정훈/정희원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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