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와퍼라고? 곧 제품 리뉴얼이 이뤄질 것을 암시하는 이 표현은 일종의 말장난이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구매를 유도하려 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와퍼 판매 종료 공지에 대한 소비자 반발은 기만적 상술 때문만은 아니다. 제품 리뉴얼과 맞물려 버거값이 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다. 버거킹은 2022년 1월부터 작년 3월까지 세 차례 제품값을 인상하면서 6100원이던 와퍼값이 7100원으로 16.4% 뛰었다.
소비자라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고물가가 지속되면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가진 물가당국에 화살을 돌린다. 총선을 앞둔 정부가 올초부터 전방위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다. 물론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대형마트를 방문해 대파 가격을 언급한 내용이 정치 쟁점화하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꼬이고 말았다.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정부 눈치를 살펴온 소비재 기업들은 “더는 미루기 어렵다”며 눌러놨던 가격을 조정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기에 여야 가릴 것 없이 쏟아낸 돈 풀기 공약까지.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은 낯설지도 않으니 그렇다 치자. 곳간 지키기에 힘을 합쳐야 할 국민의힘마저 5세부터 무상보육 지원금 상향, 아동수당 확대 등과 같은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했다. 재정 투입이 늘면 물가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선거보다 혼탁했던 총선이 끝났다. 이제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그토록 강조해온 ‘진짜 민생’을 살펴야 한다. 선거 기간 전통시장과 마트로 앞다퉈 달려갔던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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