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에서 국방·안보 협력을 비롯해 우주 탐사,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서 파트너십 관계를 강화하는 논의를 한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오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하는 등 일정을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는 이날 저녁 백악관으로 향한 기시다 총리 부부를 직접 마중 나가 워싱턴DC 북서부의 해산물 식당에서 비공식 만찬을 함께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본계 미국인이 만든 탁자와 미국 가수 빌리 조엘이 사인한 석판화, 레코드(LP)판 등을 기시다 총리에게 선물했다.
경제·기술 분야 협력을 위한 세일즈 외교 행보도 이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도착 당일 미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반도체 등 양국의 첨단 기술 부문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연설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등 기업인을 만나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MS는 앞서 일본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해 2년간 29억달러(약 3조9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에 투자한 일본 기업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은) 두 정상 간 관계를 토대로 낮은 지지율 문제를 타개하려는 기대가 담긴 외교 무대”라고 분석했다.
미·일 양국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탐지·추적을 위한 위성망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주 탐사,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청정에너지 등과 관련한 핵심 기술 영역의 선도 기관 간 파트너십 체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 측은 앞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는 의제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과 북한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원칙에 입각한 외교는 좋은 일이며 북한발 위협에 맞서는 전반적 전략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대중 견제를 발판 삼아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진 ‘평화헌법’ 체제를 종식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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